[워싱턴 라운지-김명호] 그때그때 다른 대법관 인선 기준
미국 공화당이 대법관 후보로 지명된 일레이나 케이건(50) 법무부 송무담당 법무차관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연방법원 판사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1960년생인 그는 프린스턴 대학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하고 대법관 서기, 변호사와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을 지냈다. 또 빌 클린턴 대통령의 법률고문을 지내기도 했다. 첫 여성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 등 여성으로서 ‘처음’이라는 수식어를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유독 법관 경험은 없다.
공화당은 법관 경험이 없는 그가 대법관을 하기에는 자질이 부족하지 않느냐는 점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현재 대법관 9명의 법관 경력은 평균 13년이다. 연방 판사 경력이 없으므로 일반인의 보통 삶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판사 출신이 아닌 법조인이 대법관에 지명된 것은 38년 만에 처음이다.
공화당은 오는 6월 말부터 시작될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그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흔들면서 사실상 중간선거(11월) 이슈로 삼으려고 벼르고 있다.
데이비드 수터라는 대법관이 있었다. 대법관은 종신직이지만 지난해 69세로 은퇴를 선언하고 자리를 내준 인물이다. 수터는 1990년 조지 H W 부시(아버지) 대통령에 의해 대법관에 지명됐다. 당시 여당이던 공화당은 그가 연방법원 판사 경력이 없다는 민주당과 일부 여론의 비판에 시달렸다. 그의 판사 경력은 단 하루다. 보스턴 연방항소법원 판사를 하루만 지낸 뒤 대법관 지명을 받은 것이다.
공화당은 사실상 연방 판사 경력이 없는 것에 대해 “대법원에 참신한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반박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주당이 똑같은 명분으로 판사 경험이 일천하다는 비판을 일축하고 있다. 지난해 수터 대법관 후임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소니아 소토마요르 판사를 지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그를 지명한 이유를 설명할 때 “오랜 판사 경력”을 강조했었다.
대법원은 미국 사회의 이념 성향에 영향을 줄 만큼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공화당 정권은 보수적 성향의 인물을, 민주당 정권은 진보적 성향의 인물을 지명한다. 그렇지만 워싱턴의 대법관 인선 기준은 그때그때 자기들의 입맛에 따라 이처럼 달라진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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