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윤두호] 軍은 士氣를 통해 강해진다
제2 연평해전으로 사랑하는 아들 윤영하 소령을 떠나 보낸 지 벌써 8년이 되어간다. 그때 영결식장에서 아들을 보내며 두 번 다시 이 같은 희생이 없기를 바랐다. 그게 죽은 아들의 마지막 소망일 것이라 생각했다. 동시에 멀리서나마 아들이 서해를 사수하는 우리 해군 장병들을 지켜 주리라 믿었다.
하지만 지난 3월 26일 나는 또다시 비통한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아들이 몸 담았던 그 부대, 바로 해군 2함대의 천안함 46명 용사들이 조국의 바다에서 산화한 것이다. 서해 바다에서 아들을 잃은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고 46용사 가족들의 비통한 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알 수 있었기에 마음이 더욱 아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통령이 영결식에 참석, 훈장을 추서하고 유가족을 위로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천안함 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기 위해 최고의 예우를 다했다는 사실이다. 국민들도 마치 자신의 가족을 잃은 것처럼 슬퍼하고 애도했기에 천안함 용사들의 마지막 길이 결코 외롭지 않았다.
死地에 빠져봐야 살 수 있어
지난주에는 천안함 침몰 원인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단 발표가 있었다. 북한의 소행임이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사실로 드러났다. 북한제 어뢰의 잔해까지 결정적인 증거로 제시됐다. 그런데도 북한은 날조극이니, 검열단을 보내겠다느니, 제재를 가하면 전면전에 나서겠다느니 하는 반응을 보였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모습이다. 국제사회도 한목소리로 북한을 규탄하고 있다. 다만 중국만 어정쩡한 태도를 보일 뿐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가 던져졌다. 북한 잠수정 공격에 서해가 뚫린 게 사실로 확인된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 수립이 절실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군의 허점만 부각시키고 잘잘못을 나무라기만 해서는 곤란하다. 이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잠수정 침투에 대해서는 완벽한 추적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지금 이 시점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군의 사기를 생각하는 것이다. 손자병법에 이르기를 ‘함지사지연후생(陷之死地然後生)’이라 하였다. 사지에 빠진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번 천안함 사태는 대한민국 해군을 사지에 빠뜨렸지만 해군은 이를 계기로 더욱 발전하고 강해질 것이다.
최근 천안함 유가족들이 천안함 사태로 인해 해군과 2함대 장병들의 사기가 꺾이지 않을까 염려해 대통령에게 서신까지 보냈는데 이는 참으로 장한 일이다. 해군 장교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나로선 군의 사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나폴레옹 시절 프랑스가 많지도 않은 수의 군인과 부족한 장비로 유럽을 벌벌 떨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군의 사기를 높임으로써 가능했다.
위기 때 뭉치는 국민이 위대
일전에 해군 2함대 윤영하함을 방문하면서 승조원들을 위해 초코파이 50상자를 구입해 전달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나는 소소한 것에 감동하고 행복해하는 수병들을 보면서 군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데는 꼭 대단하고 큰 것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국민들의 자그마한 관심과 애정이 천안함 사태로 의기소침해진 우리 군의 사기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곧 굳건한 대한민국 안보로 직결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위기 때 하나 되는 단결심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리라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안보의 최전선에서 불철주야 국방을 위해 헌신하는 군인들은 우리 아버지고 아들이자 형제 아닌가. 그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 분발하여 튼튼히 우리의 바다를 지킬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대한민국 해군에 지지와 성원을 보내야 할 때다.
윤두호(故 윤영하 소령부친·해사 18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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