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지원·MC몽에 노홍철까지… 삭발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왜?

예능 프로그램이 삭발을 통해 리얼 버라이어티의 정체성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시위 현장 등에서 결연한 의지 표출의 한 방법이었던 삭발이 TV에서는 시청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채택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은 출연자의 머리카락이 잘려나가는 과정을 과감 없이 드러냄으로써 ‘리얼함’을 시청자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얻는다.



22일 MBC ‘무한도전’ 방송에서 노홍철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머리를 빡빡 밀었다. 3개월간 진행된 다이어트 미션에서 탄탄한 배 근육을 일컫는 ‘초콜릿 복근’을 만드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심사위원단은 노홍철의 아랫배가 여전히 볼록해 초콜릿 복근이 아니라고 판정했고, 노홍철은 미션 실패의 책임을 지고 약속대로 머리를 밀었다.

지난 3월 14일 KBS 2TV ‘1박2일’ 방송에서도 삭발식이 거행됐다. ‘복불복 탁구 게임’에서 진 은지원과 MC몽이 방송에서 약속한 대로 머리를 밀었다. 이발사는 둘의 머리를 시원하게 밀었고, 이를 지켜보는 멤버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 외에도 지난 2월 11일 KBS 2TV ‘승승장구’ 방송에서도 한 출연자는 네티즌과 한 ‘아주 특별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내 한복판에서 머리를 밀었다.

이러한 삭발은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기존 벌칙에 비하며 수위가 올라갔다. 차가운 물 속에 뛰어들기, 거리에서 기괴한 퍼포먼스하기 등은 창피하거나 곤욕스러운 행동이지만 벌칙의 파급력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삭발은 머리가 자라는 데 몇 개월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출연자와 시청자에게 파격적인 벌칙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매운 것을 먹거나, 야외에서 자는 것도 정말 힘든 일이지만 삭발에 비하면 강도가 약하다. 진짜 머리를 미는 모습을 통해서 프로그램은 ‘리얼함’을 강조하고, 리얼 버라이어티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한다. 또한 방송에서 내뱉은 말을 철저하게 지키는 모습을 통해 시청자의 마음을 얻는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외모가 중요한 연예인이 헤어스타일을 포기해가면서 시청자와 약속을 지키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꼈다고 말한다. 노홍철은 자신의 캐릭터 결정체였던 ‘노란 머리’를 잘랐고, MC몽은 헤어 제품 광고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밀었다.

‘무한도전’ 시청자 김혜림씨는 “진짜 머리를 미는 모습보고 깜짝 놀랐다. 머리를 밀면 광고에도 영향을 받고 헤어스타일도 살지 않을 텐데, 그런 희생을 하면서라도 약속을 지키는 모습에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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