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옥선희] 괴로운 유권자

Է:2010-05-23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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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옥선희] 괴로운 유권자

조용하던 북촌이 확성기 연설과 환호, 박수 소리로 시끄럽다. 북촌의 주 도로인 가회로와 북촌을 동에서 서로 가로지르는 북촌길이 만나는 사거리는 후보자들이 내건 현수막으로 어지럽다. 이번 동시 지방 선거는 8표나 행사해야 한다는데, 퍼런색 현수막 일색이다 보니 이래서야 누가 구청장 후보고 교육감 후보인지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지하철 노선처럼 시장, 시의회의원, 교육의원 별로 차분한 색깔을 정해주고 후보자 군별로 모아 질서정연하게 내걸면 좋았겠다 싶다.



나는 북촌에 내걸리는 현수막 하나에도 신경이 쓰인다. 포스터, 가로등, 보도블록, 울타리, 쓰레기통, 마을버스, 상점 간판의 색깔에서부터 크기, 디자인까지 꼼꼼하게 눈여겨보며 불평도 하고 칭찬도 한다. ‘디자인 서울’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은 각자 사는 동네를 아름답게 가꾸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이 나라 역사와 문화와 인물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또 품고 있는 북촌이야말로 ‘디자인 서울’의 중심이어야 하지 않겠나.

최근 나의 시신경을 몹시 거스르는 것은 가회로에 들어선 24시간 편의점과 새마을금고의 튀는 색채다. 북촌에 들어서는 건물과 상점들은 북촌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어울리도록 색깔을 자제하고 디자인에도 무척 관심을 두는 데, 이 두 상점은 저만 혼자 눈에 띄겠다는 놀부 심보 외장이다.

더구나 가회로에 원색으로 버티고 있으니, 시뻘건 사람 모형 풍선이 펄럭거리고 울긋불긋 깃발이 아우성치는 천박한 주유소나 모텔을 보는 것 같다. 북촌 입구인 별궁길 초입의 스타벅스조차 한글 간판을 달았는데, 이런 막무가내 무신경 색채를 허락하다니.

신도시를 세운다기에 크기와 색깔 경쟁을 하는 간판이 달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분당도 일산도 안산도 울긋불긋 간판으로 도배한, 싸구려 독주를 파는 환락가 판박이다. 이런 신도시에 비하면 종로나 명동의 간판들은 오래되어 지저분해서 그렇지 양반이다.

주민이 참여하는 건축·디자인심의위원회를 두면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그 지역 문제는 그곳에 사는 주민이 가장 잘 알고 애정도 많을 테니까. 그러나 기껏 뽑아놓은 시장과 군수와 심지어 말단 공무원까지 쇠고랑 차는 걸 보면, 울긋불긋 커다란 간판을 달게 해주겠다고 뇌물 받는 의원도 나올 게 분명하다. 예술 한다는 사진작가도 돈 받고 뽑는 나라니까.

그럼 어쩐다? 그래, 후보자 청문회부터 하는 거다. 청문회를 통해 재산, 납세, 병역, 학력, 범죄 여부 등을 낱낱이 검증받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이들만 공직자로 입후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면 입후보자가 대폭 줄어들 거고, 그럼 어지러운 현수막 안 봐도 되고, 써 놓은 이력만 보고는 도대체 이 사람이 양심과 상식이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없어 고민하는 유권자 짐도 덜어줄 수 있지 않겠나. 그럼 청문회 담당자만 배불리게 된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심을 해야 하니 유권자는 정말 괴롭다.

옥선희(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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