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넌 어떻게 한국에 왔니?

Է:2010-05-20 21:26
ϱ
ũ
마카롱, 넌 어떻게 한국에 왔니?

‘파리를 떠난 마카롱’ 기욤 에르네/리더스북

달걀흰자와 밀가루 반죽에 설탕과 아몬드가루로 맛을 낸 프랑스의 고급 과자 ‘마카롱’. 프랑스에서 수백 년 전부터 인기 있던 디저트는 뉴욕과 도쿄 홍콩을 거쳐 2008년 한국에 상륙했다. 당시 우리나라는 디저트 카페의 열풍이 몰아칠 때였다. 아이스크림과 파르페, 와플을 주 품목으로 하는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바다를 건너 온 ‘마카롱’은 제과업체들과 식품업주들의 눈에 띄었다. 유명 제과 브랜드들이 앞 다투어 ‘마카롱’ 제품을 내놓으면서 이제 ‘마카롱’은 스타벅스를 비롯한 주요 카페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됐다.

이렇듯 파리를 떠나 한국에 오기까지 마카롱의 이동 과정과 마카롱의 확산에는 급격하게 변하는 소비 패턴의 트렌드가 실재한다. 마카롱이라는 제품 하나가 최대 다수의 욕망을 쥐락펴락하는 강력하고 변덕스러운 소비 흐름의 탄생과 소멸을 추적하는 사회학적 기호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트렌드 전문가인 기욤 에르네는 사회학, 철학, 경제학을 넘나들며 트렌드 이면에 놓인 대중의 인식을 파악한다. 또한 케이트 모스나 슈퍼 요트 등 다양한 현상과 기호를 사례로 들며 흥미를 유발한다.

트렌드는 그 범위가 넓어서 정의하기가 어렵다. 트렌드가 반드시 소비 행위에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옷이나 장신구의 유행과 같이 상업적인 흐름뿐만 아니라 사상, 이름 등 비상업적인 갈래도 포괄한다. 1990년대 아기 이름에 많이 쓰였던 ‘서’자는 비상업적 트렌드의 일례다.

트렌드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시기와 정도에 따라서 세분화될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1960년대 유행한 열쇠고리나 1980년대 옷에 붙이는 배지(badge)는 ‘패드(fad)’라고 부른다. 이보다 더 지속되는 트렌드는 ‘하이프(hype)’라고 하는데 현재 방송가를 주름잡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열풍이 여기에 해당된다. 그 외에 조깅처럼 장기적으로 정착된 트렌드는 ‘마니아(mania)’로 정의된다.

트렌드는 대상도 가리지 않는다. 흔히 사람들은 유행은 패션에 한정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트렌드는 자동차, 가전과 같은 품목에도 생겨난다. 예를 들어 1899년 자동차가 처음 생겼을 때 마차와 같은 모델이 주였던 것도 산업 트렌드다. 그 후 1920년대까지 T자형 모델이 트렌드를 이루고, 24년 후에 A자형 모델로 디자인이 바뀐 것에서 자동차 산업에서 소멸하고 생성하는 트렌드를 볼 수 있다.

백색 가전제품으로 알려진 냉장고도 트렌드를 피해가지 못했다. 2007년부터 한국에는 흰색 위주인 냉장고가 색깔을 입기 시작했다. TV와 에어콘 등 다른 가전제품도 빨강, 검정, 골드 등 과감한 원색으로 새로 태어났다.

한번 일기 시작하면 그 분야 전체를 덮어버리는 거대한 트렌드는 어디서 오는 걸까. 저자는 백색 가전제품에 분 ‘컬러 열풍’은 사람들이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흐름과 맞닿아있다고 분석한다. 내부 디자인에 맞게 TV의 색과 모양을 맞추면서 그 옆에 있는 에어컨과 부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냉장고의 디자인에도 신경을 쓰게 됐다는 것이다.

트렌드를 한 품목에만 한정지어 해석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트렌드가 살아 움직인다는 것. 예를 들어 처음 스키니 진이 등장할 때 여성들은 쫄바지 같다며 외면했지만, 지금은 남성도 즐겨 입는 패션이 됐다. 어제의 배바지는 오늘의 ‘하이웨스트팬츠’로 주목받는다. 어제의 최악의 아이템이 오늘의 인기 아이템이 되는 복합적인 속성 때문에 저자는 트렌드의 이면에 주목한다. 특정 기호 상품만 좇아서는 그 이면에 도사리는 대중의 인식을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3장 ‘트렌드의 기원’에서부터는 철학, 사회학, 정치학 등 각종 학문의 틀로 대중의 기호를 살펴본다.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측면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읽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다.

저자는 “아무리 찢어지게 가난해도 과시적 소비를 하지 않는 계층은 없다”는 미국의 사회학자 소스타인 베블러를 인용하며 인간은 정신적이고 사회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소비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트렌드가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그 외에도 사회학자 콜린 캠벨, 정치학자 로버트 액설로드 등 여러 학자들이 트렌드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 동원된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