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로 본 나라 곳간] ② 펑펑 새는 교육재정, 구호에 그친 세출 구조조정

Է:2010-05-19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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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로 본 나라 곳간] ② 펑펑 새는 교육재정, 구호에 그친 세출 구조조정

말 많고 탈 많은 특별교부금… ‘돈 샐 틈’ 막아라

이달 초 서울시내 한 대학원 강의실. 차세대 메모리 소자 분야 권위자인 미국인 A교수가 10여명의 대학원생 사이로 들어섰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세계수준연구중심대학(WCU) 사업을 통해 입국한 그의 봄학기 첫 수업이었다. 3월 초 간단한 오리엔테이션만 실시한 뒤 출국한 지 두 달 만이다. 그의 체류기간은 딱 1주일이었다. 때문에 강의는 몰아치기 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6월 초 두 번째 ‘강의주간’을 약속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학생들에게 남겨진 건 강의노트와 과제물뿐이었다.

지난해 WCU에 참가한 교수진 288명에게 들어간 예산은 311억원. 1인당 몸값 1억원이 넘는 셈이다. 그러나 A교수처럼 국내 강의에 비중을 두지 않고, 마치 나들이 오듯 ‘번개수업’을 하고 떠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해 처음으로 평가를 통해 전체 154개 사업단 가운데 3개 사업단, 4명의 외국인 교수에 대해 불성실 수업을 이유로 탈락 조치했다. 장기교육 프로젝트에서 과제 수행 중에 중도 탈락시킨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들의 부실이 극심했다는 의미다.

올해 교육예산은 38조3000억원. 전체 국가 예산 중 10%가 넘는 액수로 이 중 85%가량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쓰이고 나머지는 WCU, BK(두뇌한국)21, ICL(취업후상환 학자금대출) 등과 같은 대형 고등교육 분야 사업에 투입된다. 교부금의 경우엔 법으로 그 규모가 정해지다 보니 ‘일단 주거나 받고나면 그만인’ 돈으로 인식돼 관리가 소홀하고, 대규모 재정이 투입되는 교육사업은 장기로 진행되다 보니 문제점이 드러나도 근본적인 처방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눈먼 돈?=최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특별교부금과 관련된 불미스런 사건들이 잇따라 터져 나왔다. 한 지역교육청 교육감은 모교에 펑펑 퍼주기도 했고, 어느 교육청은 직원 해외여행비로 쓰기도 하는 등 부적절한 사용이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다.

법률상 국가가 지방의 특별한 교육재정 수요를 위해 지원하도록 돼 있는 특별교부금은 연간 1조원에 달한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2조3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특별교부금이 1조2000억원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재정건전성을 고려할 때 재량성이 많은 특별교부금은 법을 개정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생 수와 학교 수, 교직원 수 등으로 책정되는 일반교부금의 경우엔 인건비나 교육시설 유지비 등 경직성 예산이 많다고 하지만 이 역시 학생 수 감소 등 시대변화에 맞춰 정밀하게 재검증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뒷말 많은 대규모 교육사업들=수년간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굵직한 교육사업은 교육재정 누수 여부를 살펴봐야 하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대부분이 계속사업이다 보니 문제점이 드러나도 아예 사업을 중단하기 어렵고 예산 삭감 등 간접적 제재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제 학술지 논문 게재건수 등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1999년부터 2012년까지 이어지는 예산 3조원짜리 BK21의 연구실적 부풀리기, 2008년부터 5년간 8250억원을 지원하는 WCU사업의 외국인 석학 부실 참여는 풀리지 않는 숙제이기도 하다. 이에 정부는 이 같은 대형 사업에 대한 철저한 효과 분석 등을 통해 재정 낭비가 없도록 그 결과를 향후 사업 마련시 적극 반영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정부가 빚더미에 앉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던 ICL은 올해 1조원이 넘는 나랏돈이 확정됐지만 대출을 신청한 대학생 수가 예측보다 훨씬 적었다. 당초 정부가 예측했던 수요인 70만명의 7분의 1 수준이었으나 예산은 이미 70만명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잡힌 것. 교과부 관계자는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이 같은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사업 재평가와 신뢰도 높은 예측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ahjin8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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