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성기] ‘임을 위한 행진곡’과 白書
“소아병적 시각으로 광우병 대란 보고서를 만들면 반감부터 자극할 게 뻔한데”
광우병 촛불 시위 2주년에 즈음한 언론 보도가 나오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많은 억측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음에도 촛불시위에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큰 파동은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관련부처가 공식보고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한나라당은 “2008년 광우병 대란은 국가 체제전복 집단이 기획하고 야당이 부화뇌동한 한 편의 거대한 사기극”이라고 비난한 공식 논평을 냈다.
6월 지방선거 득표 전략에 몰두해 있는 야당들은 이 대통령 발언과 여당 논평에 즉각 반발해 촛불세력의 재결집을 촉구했고 2년 전 시위에 불을 댕겼던 자칭 ‘진보 언론들’은 다시 촛불을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려준 격이다.
사안이 민감할수록 단정적인 평가에는 찬반양론이 거세게 대립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이념성향까지 개입돼 갈등을 증폭시키는 단계에서는 안이한 판단이 예기치 못한 반작용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엄청난 역풍을 몰아친 촛불 시위를 2년 만에 평가하고 정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역풍은 아직 완전히 잦아들지 않았고 정치 사회적 상황 변화에 따라 다시 불어닥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겨우 아물어가는 상흔을 다시 헤집어 덧나게 하는 부작용은 없어야 한다.
가급적 건드리지 않고 지나가면 그냥 넘어갈 시위 지지자들도 ‘당신이 틀렸다’고 공격을 받게 되면 되받아칠 말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광우병 잠복기를 들먹이며 빠져나가거나 미국과 한국 정부의 발표가 왜곡됐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촛불시위의 원인을 정치학이나 사회학 범주로 분석하는 단계에 이르면 잘잘못을 따지려는 시도 자체가 논외로 밀려난다.
과장된 광우병 관련 보도에 한때 흔들렸거나 안이한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반감으로 시위에 참여했던 젊은 세대를 다시 자극해 불만 세력으로 몰아세울 필요는 더욱 없다. 이들은 젊은 시절의 행적을 스스로 돌아보며 장차 정치적 안정과 번영, 민주화 정착에 기여할 중추 세대다. 젊은 세대를 포용하지 못하고 기존 구도에 의존하려는 편협한 정치는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다.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5·18 공식 추모곡에서 제외할 정도로 경직된 정부 당국의 자세가 걱정이다. 민주화의 열망을 담은 노래를 불온하다고 단정하는 소아병적 시각으로 광우병 파동 백서를 만든다면 촛불시위의 진상을 알려 국민을 설득하기보다 반감부터 자극할 것이 뻔하다. 증거가 드러났는데도 북한을 두둔하기 위해 천안함 침몰에 음모론을 제기하거나 자작극이라고 선동하는 세력들이 더욱 설칠 수 있는 활동 무대를 만들어 주는 꼴이다.
출범 초기부터 촛불시위에 둘러싸여 곤욕을 치른 이명박 정부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여전히 많겠지만 임기 중 사태의 전말을 명쾌하게 정리해 체면을 세우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게 현명하다. 광우병 대란 백서를 만든다 해도 선입견을 배제하고 사태의 전말과 객관적인 자료, 전문가들의 정밀한 분석을 중심으로 정리해야 한다. 그동안 변화된 국민의 시각을 중심으로 쇠고기 소비패턴과 각계각층의 반응, 미국 등 외국사례, 광우병 통제 상황 등을 점검하는 정도면 무난하다. 여기에다 과욕을 부려 반대 입장의 인사들에게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거나 사실상 항복을 요구하는 주장으로 일관하면 일은 매우 복잡하게 꼬인다.
후일 광우병의 진실이 더욱 명쾌하게 드러날 때 왜 시위가 벌어졌고 주동세력은 누구였으며 행적은 어떠했는지 국민이 판단할 근거를 제시해 주는 게 백서의 역할이어야 한다. 윗사람 입맛에 맞는 자료만 나열하거나 국민을 훈계해 정부 입장만 옹호하려는 백서를 내놓았다가는 두고두고 빈축을 살 게 뻔하다. 촛불시위 주모자들에게 오히려 면죄부를 줘 다시 멍석을 깔아주는 일은 없기 바란다.
김성기 카피리더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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