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설동순 (13) 내 집 마련하자 고추장 사업도 용기 생겨

Է:2010-05-18 17:40
ϱ
ũ
[역경의 열매] 설동순 (13) 내 집 마련하자 고추장 사업도 용기 생겨

고추장 사업을 시작할 때 우리 집 상황은 한편으로는 좋고 한편으로는 어려웠다. 처음으로 집을 사서 이사 간 직후였다는 점에서는 좋은 시절이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알는지 모르겠다. 사글셋방, 전셋집을 전전하다 처음 집을 사서 이사 가는 기분을. 1970년에 대한전선에서 나온 냉장고를 들여놨을 때 이후로 가장 좋았다. 지금은 아무리 좋은 집을 사도 그런 순진한 기쁨은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 집을 마련하면서 우리는 빚을 꽤 졌다. 본래 내 성격대로라면 빚을 져서까지 집을 사지 않았을 텐데, 그때는 무리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살고 있던 전셋집 주인이 이사 온 지 불과 1년 만에 집세를 다시 올려 달라고 하면서 ‘집 없는 설움’을 단단히 자극했던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내 집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좋은 집이 없나 알아보러 다녔다. 순창 터미널 근처에 나온 2층 양옥집이 마음에 딱 들었다. 가격이 1800만원이었는데 가진 돈은 전세금까지 합해 1400만원 정도였다. 포기하려고 해도 그 집이 자꾸만 눈에 들어왔다. “하나님, 저 집을 저희 가족에게 주세요” 하고 기도한 뒤 덜컥 계약을 했다.

그때 초등학교에 갓 들어갔던 큰딸은 양옥집에 살게 된 게 워낙 좋았었는지 그 이후 기억만 선명하게 가지고 있다. 지금 물어보면 “어릴 때 우리 집이 동네에서 제일 잘 살지 않았어요?” 한다. 단칸방부터 시작해 그리도 고생하며 키웠는데 다 잊고 유복하게 자란 것으로 기억해 주니 어미로서는 고마울 뿐이다.

내 집을 마련하자 사업을 시작할 용기가 생겼다. 그 전에도 몇 번 친정 식구나 이웃들로부터 “너므 일만 돕지 말고 즈그 일을 해보랑게” 하는 조언을 들었지만 엄두를 내지 못하던 터였다. 남편이 본격적으로 제안한 데 이끌려 1983년 성탄절을 앞두고 쌀 한 가마(80㎏) 분량의 고추장을 담갔다.

아무리 작은 사업이라도 하나님께 신고는 해야 할 것 같아 남원서 다니던 남원중부교회 왕용주 목사님 내외를 모셔다가 예배를 드렸다. “우리 설동순 집사님, 욥기 8장 7절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말씀처럼 지금은 조촐하게 시작하는 고추장 사업이 점점 번창해서 앞집 뒷집 옆집 땅 다 사시기 바랍니다.”

지금도 친하게 지내는 사모님은 나중에 “실은 나가 그때 우리 목사님 기도 듣고 속으로 피식 웃어부렀네” 하셨다. 빚을 잔뜩 지고 있는 우리 사정을 알고 계셨기 때문에 “좀 분수에 맞게 기도를 해 주시지” 하셨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 기도가 한 치도 틀리지 않게 다 이뤄졌다. 우리는 나중에 고추장 판 돈으로 그 뒷집 양옥을 사들였고 양쪽 옆과 앞쪽 땅 120여평(약 430㎡)도 샀다. 기도 한 토막도 땅에 떨어트리지 않고 들어주시는 주님이시다.

그런데 막상 처음에는 고추장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막막했다. 내가 일손 돕던 집이나 주변 사람들을 보면 판로는 대개 남편이나 친척의 직장 등을 통로로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내 주변머리로는 여기저기 부탁해서 고추장을 팔기 시작한다는 게 엄두가 안 났다. 항아리마다 가득가득 담긴 고추장을 보며 한숨만 내쉬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정리=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Ŀ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