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로 본 나라 곳간] ① 고삐풀린 지방예산, 그림자 재정 공기업 부채

Է:2010-05-17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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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로 본 나라 곳간] ① 고삐풀린 지방예산, 그림자 재정 공기업 부채

지자체 ‘용돈같은 교부세’로 선심성 사업에 남용

증폭되는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우리나라 재정은 건전한지, 국가채무는 적정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국제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비율은 OECD 평균보다 낮아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국가부채 증가속도가 가파르고 향후 재정지출 소요는 많은 데 반해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저출산 등으로 세입기반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어서 재정수지가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며 지금부터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은 재정위기 확산에 대비해 정부가 국가신용 등급과 직결되는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데 걸림돌이 되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3차례에 걸쳐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한다.

#1. 지난 15일 전남 보성군 율포해수풀장. 군이 직영하는 이곳은 다음달 개장을 앞두고 새 단장에 한창이다. 2007년 파도풀장 공사에 이어 지난해 방수공사를 마친 이 풀장에는 푸드코트(식당가) 등 쉼터와 관광객 보호용 울타리가 들어설 예정이다. 보성군은 이번 공사 예산 조성을 위해 2008년 말 행정안전부로부터 10억원의 재해대책 특별교부세를 지원받았다. 물놀이시설과 편의시설이었지만 행안부에 제출된 사업 이름은 ‘안전체험공원 조성’이었다. 보성군 관계자는 17일 “지역 현안사업은 매년 생기는데 (사업 목적) 분류가 애매할 경우 그럴 수 있다”고 얼버무렸다.

#2. 전라북도는 지난해 1020억원어치 지방채를 발행했다. 전년(419억원)보다 2.4배가 넘는 규모다. 금융위기로 인한 재정지출 수요도 있었지만 호화청사 건립으로 인한 교부세 삭감 때문이었다. 전북도는 1758억원을 들여 2005년 지하 2층, 지상 18층, 8만5895㎡의 규모의 새 청사를 지었다. 재정 자립도가 낮으면서도 행정 수요를 넘어선 호화청사를 지은 ‘괘씸죄’로 행안부는 2007년부터 3년간 113억원의 교부세를 삭감 조치했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도청 임대나 문화시설 위탁 등으로 공무원 사용면적을 줄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국내 재정위기의 진원지로 지방정부가 지목되고 있다. 재정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린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예산 편성과정에서의 잡음과 방만 운영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매년 지방재정 부족분을 지방교부세 등으로 채워온 정부도 재정건전화 노력에 비례해 지원금을 정하는 등 개선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지방 재정, ‘도덕적 해이’ 잦은 원인=감사원은 지난해 말 직원 12명을 동원해 지자체 5곳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재해로 특별한 재정수요가 생기거나 재정수입이 줄어든 지자체에 내려 보내는 특별교부세가 올바로 쓰였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감사원은 현장조사를 통해 지난 4월 전남 보성군과 대구광역시 등 지자체 5곳을 적발해 행안부에 ‘주의 요구’ 결정을 내렸다. 재해예방 목적의 특별교부금이 학생 통학로 확보(대구광역시)나 해수풀장 물놀이시설(전남 보성군) 등에 쓰이고 있으니 앞으로 제대로 관리하라는 경고성 메시지였다.

그러나 감사원의 경고 이후에도 해당 교부세는 신청사업과 다른 지역현안 용도로 계속 사용되고 있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감사원의 조치내용은 주의하라는 것”이라며 “따로 환수하거나 해당 지자체에 패널티(벌칙)를 부여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지방교부세는 중앙정부가 국세 수입의 일부를 떼어 지자체에 나눠주는 돈이다. 지역 간 재원 격차를 줄이고, 모든 지자체가 일정 수준 이상의 행정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보통·특별·부동산·분권교부세로 나뉜다.

정부 관계자는 “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로 비율만큼 기계적으로 내려가다 보니 부모 용돈을 받아쓰는 자식처럼 도덕적 해이가 종종 발생한다”며 “시·도별 공무원 수와 인구가 감안되는데 지자체별 재정절감 노력과 지방재정 효율성을 높이는 노력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발 재정위기 막으려면=중앙정부의 고민은 이렇다. 금융위기로 인한 실물경제 침체와 감세정책으로 지자체별 수입은 줄어든 반면 지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연령대의 도시 유출로 고령화 진전이 더 빠른 농촌이 밀집된 지자체일수록 재정악화는 더 심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지자체 선거를 전후해 복지지출은 물론 선심성 지역현안 사업이 무분별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을 만한 제도적 장치는 부족하다. 중앙정부가 가로막으면 지방채를 발행해서라도 “일단 저지르고 보자” 식의 도덕적 해이가 판치고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지난해 말 집계한 246개 지자체의 지방채 잔액은 25조5331억원으로 2006년 말에 비해 무려 46.5%나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고영선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근본적인 원인에는 지방정부가 못 사니 중앙이 도와줘야 한다는 지방의 생각”이라며 “교부세는 물론 지방이 거둘 수 있는 지방세 운영에 대한 종합평가시스템을 보다 세밀하게 만들어 주민이 시장, 군수에게 책임을 묻는 장치 도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동권 김아진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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