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강효백] 북·중관계 바라만 봐야 하나

Է:2010-05-17 17:49
ϱ
ũ
[글로벌 포커스-강효백] 북·중관계 바라만 봐야 하나

937년, 신라 마지막 왕 경순왕 김부(金傅)는 마의태자의 만류를 뿌리치고 고려 태조 왕건에게 나라를 송두리째 바쳤다. 왕건은 경순왕에게 경주를 식읍으로 주고 지방의 질서를 잡는 사심관 벼슬을 내렸다. 역사는 이를 ‘경순왕의 귀부(歸附·스스로 와서 복종함)’로 기록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달 초 후진타오 중국 주석이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제안한 5개 사항을 공개하였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내정 및 외교에서의 소통 강화’이다. 20세기 이후 독립국가 간의 정상회담에서 ‘내정소통’이라는 외교상 금칙어가 오가고, 매체에 공개된다는 것은 외교사적 ‘사변(事變)’이라 할 수 있다. 중국이 외교원칙의 금과옥조로 삼아온 내정불간섭 원칙을 깨버린 것이다. 김정일의 노쇠와 함께 북한의 붕괴위기는 더 이상 유언비어가 아니다. 세습정권의 연명을 위해서는 오로지 중국에 몸을 맡기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행렬에서 경순왕의 귀부행렬이 겹쳐진다.

‘혈맹’은 옛말 갈등 커져

중국을 좀 더 정확하게 꿰뚫어 보아야 한다. 중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능란하게 대처해야 한다. 중국이 북·중관계에서 중시하는 국익을 인정하지 않고 중국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한·중관계에 대한 환상도 버려야 하지만 북·중관계를 과대평가함으로써 한·중 간의 신뢰를 약화시키지 말아야 한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는 북·중관계를 ‘혈맹관계’라고 쓰나 이는 중국의 헌책방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사문(死文)이다. 북·중관계는 1992년 한·중수교와 1993년 북한이 베이징올림픽 개최에 반대표를 던진 사건을 계기로 ‘전통적 우호관계’로 격하되었다(1995년판 중국외교백서∼2009년판 중국외교백서 참조).

중국이 북한을 지원해온 이유는 6·25전쟁에 참전했다는 혈맹관계에서가 아니라 중국 자신의 국익 때문이다. 이번 방중에서 김정일이 정치국상무위원 9명 전원이 총출동한 이례적인 환대를 받았다고 하지만 과거 베이징을 방문할 때마다 정치국상무위원 전원이 그를 맞이하였다. 심드렁한 ‘관례적’ 의전행사였을 뿐이다. 오늘날 중국인들에게 가장 큰 욕은 ‘북한에 가서 살아라’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사회의 통념은 사회주의 형제국가가 아니라 가난하고 성가신 이웃이다. 중국 지도층은 김정일이 진정성을 가지고 개혁개방을 추진하리라는 기대를 접은 지 이미 오래이다.

이번 김정일의 방중을 전환점으로 중국이 북한의 후원자 지위에서 간섭자 지위로의 변신을 도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존재가치를 중국에 대한 안보 위협을 줄여주는 완충지대에서 중국모델의 이식과 팽창욕구해소의 최전선으로 변환시키려는 동향을 감지할 수 있다. 중국 차세대 지도층의 정책주력방향이 ‘동북3성 개발’이라는 지역개발전략을 넘어 ‘북한의 동북4성화’라는 대외확장노선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예견된다. 베이징-단둥 고속철도를 비롯하여 동북3성 내의 교통 통신 발전소 항만 등 인프라구축 준공시한이 제4세대 집권 마지막 해인 2012년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에 단둥-평양, 단둥-원산, 투먼-나선, 창바이-김책 등 동북3성에서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북한땅을 땀땀이 꿰매 내려가는 고속도로와 철도건설 준공시한은 제5세대 집권 기간 중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中, 후원자에서 간섭자로

북·중 국경선의 길이는 휴전선(248㎞)보다 5배 이상이 긴 1350㎞이다. 개울 위쪽 넓은 곳은 터놓은 채 아래쪽 좁은 곳에 둑을 쌓는다고 물고기가 잡히겠는가. 한국이 북한의 포위와 봉쇄를 강화할수록 북한의 갈 길은 결국 중국뿐인 것이다. 정권 교체시마다 ‘퍼주기’와 포위봉쇄를 반복하는 건 북한을 다루는 데 도움이 안 된다. 북한지역의 동북4성화를 막고 북한정권의 대한민국에로의 귀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한·미동맹 강화와 함께 중국과의 안보협력, 신뢰강화에도 힘써야 한다.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대중국외교 및 대북전략을 위한 국가차원의 중장기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

강효백 중국인민대 법학원 방문교수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