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끝난 MBC… 갈등 불씨 안고 현장으로
17일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는 업무에 복귀한 MBC 구성원들로 북적였다. 지난 14일 MBC 노동조합이 파업을 중단하고 업무로 복귀한 지 4일째 되는 날이다. 39일간의 파업은 MBC 구성원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표면적으로 파업은 별다른 목표 달성 없이 끝났다. 지난 4월 5일 MBC 노동조합이 주장한 김재철 MBC 사장 퇴진과 황희만 부사장 임명 철회 등은 실현되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 12일에는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사퇴한 자리에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김재우 한국코치협회 회장이 선임되었지만 이를 파업의 파급력으로 확산시키지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PD직종의 한 노조원은 “천안함 침몰, 6월 지방선거 등의 거대 이슈와 맞물리면서 MBC 파업이 관심을 받지 못했다. 외부에 별다른 파급력을 못 미친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노조와의 힘겨루기에서 수세에 몰렸던 사측은 이로써 국면 전환을 맞게 됐다. 최기화 홍보국장은 “시기상의 문제 때문에 파급력이 약한 게 아니고, 여론의 설득을 받을 만한 명분이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애초 쟁의 대상이 아닌 내부의 인사 문제로 파업을 벌이는 것에 국민들은 동의하지 않았다”라면서 “이제는 노조가 파업을 중단한 마당에 대화를 거부하며 대결 자세를 취하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구성원 간 결속을 강화하고 김재철 사장에 대한 단일한 의견을 끌어냈다는 점을 파업의 성과로 꼽았다. 이근행 노조 위원장의 무기한 단식에 60명 넘는 사원은 동조 단식에 들어갔고, 기자회와 보도영상협의회를 중심으로 김 전 방문진 이사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직접 고소하기도 했다. 또한 조합원 1028명은 기명으로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서명을 함으로써, 내부적으로 김 사장의 실질적 지위를 약화시켰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김재철 사장은 사내에서는 ‘식물 사장’이 된 셈이다. 향후 회사를 경영하는 데 엄청난 압박을 느끼게 됐다”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업이 갈등의 불씨를 안고 현장 투쟁으로 전환돼, 향후 MBC를 둘러싼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내다봤다.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고소한 건과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징계절차를 둘러싸고 노사 간 대립도 예상된다.
보복인사에 대한 조짐은 벌써부터 눈에 띈다. 14일 ‘MBC 뉴스데스크’ 앵커가 권순표 앵커에서 권재홍 앵커로 교체된 것을 두고 사내에서는 권 앵커가 노조 조합원 자격으로 파업에 참가한 데 대한 보복인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창현 국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첩첩산중이다. 이번 파업은 방문진 이사 선임, 사장 선임 등 구조적인 문제만 드러내고 하나도 해결한 게 없다. 때문에 위로부터의 언론 통제를 암시하는 현상이 현장에서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고, ‘YTN 사태’와 같은 장기전이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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