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옥선희] 북촌에 대한 오해와 변화

Է:2010-05-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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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옥선희] 북촌에 대한 오해와 변화

“북촌에 살아요”라고 하면 열 명 중 여덟 명은 “부천요?”라고 되묻는다.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 한옥 많은 동네를 북촌이라고 해요”라고 하면 서울 토박이라고 자랑하던 이들도 “북촌이란 말은 처음 들었어요” 한다. 되풀이 설명이 번거로워 요즘은 “가회동에 살아요” 한다. 그러면 한결같이 “아 부촌에 사시네요. 한옥에 사시니 얼마나 좋으세요” 하는 답이 돌아온다. 심지어 “한옥에 사는 원주민의 삶을 보고 싶어요” 라며 은근히 초대를 강요하는 이들도 있다.

누군가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게 불가능한 것처럼, 지역에 대한 편견과 오해도 적지 않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북촌에 10년 넘게 살고 있음에 자부심과 행복을 느끼고 있지만 나는 한옥에 살지 않으며, 한복도 없고, 하인을 거느리고 있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음 반응은 “한옥이 비싸다지요”다. 평당 3000만 원이 넘으니 북촌 한옥은 분명 서민이 살 수 있는 집이 아니다. 그래도 왕자와 공주와 정승과 학자와 독립운동가와 예술가들이 살았던 이 고즈넉한 동네에서, 마당 있는 집을 누리는 자부심을 어찌 성냥갑 아파트 가격과 비교할 수 있을까.

“진작 한옥을 샀으면 부자 되셨을 텐데”라는 동정과 “한옥은 아무래도 불편하지요”라는 위로가 이어진다. 나는 앞의 동정에는 “10년 전에도 한옥은 비싸서 제가 살 형편이 아니었어요”라고 간단하게 답하지만, 뒤의 위로에는 좀 길게 설명한다.

북촌의 리모델링 한옥을 보면 세상에 이렇게 과학적이고 편리하고 아름다운 주택이 없지 싶은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문지방 오르내리고 문풍지 바람에 떨던 옛날 한옥만 기억하고 있는 게 안타깝기 때문이다. 사실 시멘트 바른 지하실, 그 위에 2층 집을 올리고 기와만 얹은 게 과연 우리 전통 주택인가 하는 논란이 있기는 하다. 그건 건축가들이 해결할 문제고, ‘이렇게나마 한옥 외양을 이어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시내 한복판이라 공기 나쁘고 시끄럽지 않나요?”라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북촌은 창덕궁과 경복궁 숲, 그리고 북악에 둘러싸여 공기가 맑다. 미로 같은 작은 골목 때문에 차들이 속도를 낼 수 없다. 절간 같은 고요와 가슴 탁 트이는 공기를 체험한 이들은 그제서야 “나이 들면 북촌에서 살고 싶네요” 하는 소망을 내비친다.

그런데 이들이 늙어서 들어올 집이 있을까 모르겠다. 주택 수가 워낙 적기도 하지만 남은 집들마저 커피와 밥, 술, 액세서리를 파는 가게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 차고까지 뜯어고치는 걸 보면, 가구 당 커피 가게 하나를 배당할 기세다. 서울 관광 사진에 가회동 31번지 한옥 밀집 지역 사진을 빠뜨리지 않으면서, 주택가에까지 상업 시설을 허락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주택과 주민 편의 시설이 없어져 주민이 떠나고, 그래서 역사 100년의 재동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커피와 술을 파는 가게만 즐비하다면 외국인이 굳이 북촌을 찾겠나.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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