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정원교] 對中 ‘롱 텀 디자인’조차 없으니

Է:2010-05-12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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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정원교] 對中 ‘롱 텀 디자인’조차 없으니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지분 행사를 위해 현재의 부담은 감수하겠다는 모습이다”

“중국인민지원군의 불멸의 공훈과 위대한 정신은 해와 달과 함께 빛나리라.” 지난해 10월 북한을 방문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평남 회창군에 있는 열사릉원에 참배한 뒤 방명록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회창은 평양에서 동쪽으로 100㎞ 가량 떨어진, 6·25 전쟁 때 중국인민지원군 사령부가 있었던 지역. 이 묘역에는 전쟁 중 숨진 인민지원군 134명의 유해가 안장돼 있다. 그 중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있으니 바로 마오안잉(毛岸英) 묘소다. 그가 누구인가. 지금도 천안문에 한가운데에 대형 초상화가 걸려 있는 마오쩌둥의 큰아들 아니던가.

마오안잉은 펑더화이(彭德懷)가 이끄는 인민지원군 사령부에서 근무하던 중 미 공군 폭격에 전사했다. 신혼 1년 만에 참전한 그였다. 당시 마오쩌둥은 “다른 전사자들 시신도 가져오지 못하는데 내가 주석이라고 해서 아들을 특별하게 대할 수 없다”며 북한 내 안장을 지시했다. 이뿐인가. 6·25전쟁 당시 북한 땅에서 숨을 거둔 인민지원군은 15만명에 달한다.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두 달 앞둔 1990년 7월. 베이징 아시안게임준비위원회는 한국 측 인사들을 위한 만찬을 열었다. 그들은 86 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을 치른 경험을 중국 측에 전수해준 뒤 귀국을 앞둔 상황이었다. 이 자리에서 중국 측 인사는 두 가지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 하나는 경기장이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서 대회를 원만하게 치르기 위해선 승용차 200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와 함께 사무용 복사기 100대를 보내줄 수 없겠느냐고 했다. 그 뒤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쏘나타 200대 이상을, 당시 고건 서울시장은 예비비로 복사기 100대를 사서 각각 중국으로 보냈다.

베이징 아시안게임은 이처럼 우리나라의 도움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치를 수 있었다. 그 뒤 중국은 한국과의 수교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여기에는 한국으로부터 경제 발전을 이룬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계산도 있었다(90년 7월 베이징 만찬에 참석했던 정치권 인사의 증언).

최근 ‘남북한을 다루는’ 중국의 태도를 놓고 갑론을박이 많다. 정부 내에도 두 가지 기류가 존재한다. “중국 정부의 지나친 행보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쪽과 “한반도 정세에 미칠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해 다독여야 한다”는 부류가 그것이다.

어느 쪽이든 단기적으로는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미래의 지분’ 행사를 위해 ‘현재의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테러·마약·위조지폐 등으로 악명 높은 독재국가의 상국(上國) 역할을 하는 게 과연 ‘G2’라는 위상에 걸맞은가 하는 지적은 분명 중국에게는 ‘현재의 부담’이다. 중국이 국제사회 규범을 존중하지 않는 것 역시 정의롭지 못한 행동이라는 목소리도 그렇다.

그러나 이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민감한 시기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불러들여 세계 어느 정상도 받지 못한 최고의 대우를 해준 건 무얼 말하는가. 후진타오 주석이 김정일과의 회담에서 “양국 내정과 외교상의 중대 문제 등 공통 관심사에 대해 전략적인 의사소통을 강화해 나가자”고 말한 데서도 그 속내는 드러난다.

북한의 숨통을 쥐고 있는 중국으로선 지배주주로서의 ‘미래의 지분’을 놓아 버릴 생각이 없는 것이다. 즉 북한이 수습할 수 없는 혼란에 빠졌을 때 신속하게 지분 행사에 나설 게 확실하다. 남한으로의 흡수 통일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위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주말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입증할 수 있는 증거가 발견되기 전까지는 남북이 자제하면서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치 두 조공국에 대해 점잖게 한마디 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 너무 민감한 것일까. 동북아의 지정학적인 특수성으로 인해 역사에서 겪었던 아픔을 또다시 겪게 될까 두렵다. 이제라도 정부는 정권 교체와 상관없는 ‘대중국 롱 텀 디자인(long-term design)’을 준비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중 수교 전 상황을 되돌아 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정원교 카피리더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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