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미션-어린이] ‘사랑’ 아홉아이 입양 바로 키우는 한연희씨 부부

Է:2010-04-30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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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미션-어린이] ‘사랑’ 아홉아이 입양 바로 키우는 한연희씨 부부

“아플 때 행복해 하는 아이들… 기른 情 눈물나요”

아기 낳기를 꺼리는 세상이다. 무엇보다 돈이 많이 들고, 고생스럽고 거추장스럽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세상에서 친자식 1명 외에 9명의 어린이를 입양해 키워낸 한연희(54·한국입양홍보회 이사)씨는 ‘영웅’이나 마찬가지다.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165㎡(50여평)의 한씨 집은 마치 전쟁터와 같았다. 자녀 10명 중 남자는 8명, 여자는 2명이다. 그 가운데 4명이 초등학교 2, 4, 5, 6학년 어린이다. 이들이 한번 훑고 지나가면 하루 종일 치워도 모자란다. 3개의 방엔 2층 침대가 있었고 수백 권의 책이 꽂혀 있었다.

온 가족이 모이는 저녁식사 땐 식탁 2개가 모자라 주방 보조식탁까지 사용한다. 컴퓨터가 4대, 자전거가 6대다. 이틀에 한 번 꼴로 화장실 두루마리 화장지를 새로 끼우고 한 달에 60㎏의 쌀을 소비한다. 세탁은 하루 두 번 몰아서 한다. 거실과 마당에 빨래를 널 공간이 모자라면 건너편 노부모님 댁까지 치고 들어간다.

TV는 없다. 채널 선택을 두고 ‘전쟁’이 나기 때문이다. 부부만의 시간은 오전 5시부터 1시간 정도가 고작이다. 오전 7시30분부터 8시20분까지는 초단위로 씨름을 해야 한다. 재촉해서 밥을 먹이고 책가방 검사를 한다. 아이들의 학원 스케줄은 남편 유연길(66)씨가 관리한다. 그의 휴대전화엔 아이들의 일정이 빼곡히 들어가 있다. 유씨는 “목욕탕에서 등 밀어줄 놈들이 많아서 좋다”고 한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모두 남편 유씨의 성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셋째와 넷째, 다섯째, 일곱째, 여덟째는 각각 정씨, 김씨, 천씨, 고씨 성을 갖고 있다.

“부모들이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아서 그래요. 책임도 안 지고 연락도 안 되는 부모들이 입양 동의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죠. 이 사실에 대해선 아이들도 상당히 분노하고 있어요. 9명 중 4명은 미혼모의 자녀입니다. 미혼모 엄마들은 기독교인입니다. 심지어 선교사로 나간 분도 있고 이름만 대도 아실 만한 유명 목회자 딸도 있어요. 본인들의 현재 삶이 침해당할까봐 친엄마의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소원을 매몰차게 저버리는 분들도 있구요.”

60대 어른과 초등학생 딸이 수북하게 쌓인 잡채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좀처럼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얘들아, 밥 먹자. 누가 기도할까?” “아빠가 하세요.” “좋아. 그럼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가위, 바위, 보!” “앗싸! 아빠가 이겼다. 밥 먹고는 일기검사 할 거다.” “예!”

부부는 어린이에게 가장 무서운 것이 자포자기라고 했다. “가끔 ‘만약 이 아이들이 우리 집에 오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봅니다. 자포자기가 제일 무서운 건 겁날 게 없다보니 불특정 다수에게 분노를 표출하기 때문입니다. 김길태 사건을 보세요. 우리 사회에 그런 아이들은 숱하게 많습니다.”

어린이들이 제일 행복해 할 때는 언제일까.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아플 때입니다. 평소 모두에게 공평하게 관심을 가져주지만 한 아이가 아프면 온 식구의 관심이 그 아이한테만 쏠리거든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길에 아이들의 또랑또랑한 눈과 환한 웃음이 한동안 어른거렸다. 그러면서 두 아이를 둔 아빠 입장에서 돌덩이 같이 무거운 마음을 떨쳐낼 수 없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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