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9·11테러와 문책론
2001년 9월 11일, 전 세계는 미국 본토의 심장부가 사상 처음으로 공격받은 것에 경악했다. 희생자는 3000여명에 달했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건물이 힘없이 무너져 내리면서 미국의 자존심도 무너졌다.
초강대국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2007년 8월 공개된 미 중앙정보국(CIA)의 9·11테러 감사보고서에서 몇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보고서는 9·11테러 당시 CIA 국장이었던 조지 테닛이 알카에다의 위험을 알고 있었으나 적절히 대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CIA가 1993년 이후 빈 라덴에 대한 포괄적인 보고서조차 작성하지 않았고, 항공기 납치범 2명에 대한 구체적인 첩보를 활용하지도 못했다고 적었다. 믿기 어려운 허점들이다. CIA와 국가안보국(NSA)은 테러 직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였다.
CIA의 미숙한 정보처리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테러, 그로 인한 엄청난 인적·물적 피해, 정보기관끼리의 책임 떠넘기기. 이쯤 되면 관련자 문책과 내각 총사퇴, 그리고 대통령 퇴진까지 고개를 내밀 법한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은 달랐다. 미국 국민과 언론은 사태를 빨리 풀어야 한다는 데 힘을 모았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9·11테러로 경질된 공직자는 한 명도 없었다.
제갈량이 228년 가정(街亭)전투에서 자신의 명을 어겨 대패한 마속의 목을 베어 군율을 바로 세웠다는 데서 비롯된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영향이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 현실은 미국과 판이하다. 큰일만 터지면 야권은 인책론을 제기한다. 그리고 대통령은 민심수습과 국면전환을 위해 인사를 단행하기 일쑤다. 현 정부 출범 초기의 촛불집회 때에도 똑같은 양상이 빚어졌다.
천안함 참사와 관련해 민주당과 일부 언론이 군 수뇌부에 대한 문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하고 있다. 군 기강을 보다 확고히 해야 한다는 뜻은 옳다. 그러나 당장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 지금은 침몰 원인과 과정, 그리고 대응책 마련에 국력을 결집해야 할 때다. 문책론은 국력결집을 저해한다.
어느 나라나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문제는 대응방식이다. 잘못 대응하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고, 올바로 대응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 문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하책이다. 그것도 잘못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수 있을 경우에 취해야 한다. 미국이 9·11테러의 상처를 조기에 치유한 배경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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