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신학자협 창립 30주년 기념예배… 예수님을 만난 사마리아 여인처럼 이 땅에 사랑 심어
교회와 세상에서 여성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헌신해온 여신학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3일 서울 정동제일교회 아펜젤러홀에서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 창립 30주년 기념 예배가 열렸다. ‘여신협 30주년, 한국여성신학 더 높이 날다’란 주제로 여신협 초대회장인 박순경 이화여대 명예교수부터 현 18대 임원진, 역대 회원 등 70여명이 함께했다.
기성 틀을 극복하는 데 부심했던 여신협의 전통을 상징하듯 예배는 색다른 방식으로 진행됐다. 여신협 30년을 알리는 30번의 징이 울리는 동안 참석자들은 초창기 회원부터 차례로 촛불을 들고 입장해 강단에 깔린 색동천 위에 놓았다. 기도는 말 대신 몸으로 드려졌다. ‘굶주림과 폭력으로 고통 받는 세계 어린이의 기도’ ‘성폭력·가정폭력으로 피해 받는 여성들의 기도’ ‘정신대 할머니들과 일제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기도’ ‘화합을 위한 여신협의 기도’ 등 제목을 놓고 모두들 몸으로 표현하며 응답을 간구했다.
여신협 2대 회장 정숙자(남양주이주노동자여성센터) 목사가 ‘사마리아 여인과 여신협 30년’이란 말씀을 전했다. 정 목사는 “요한복음 4장에서 예수와 사마리아 여인의 만남은 민족적 갈등과 사회 차별이라는 삶의 자리에서 일어난 자아발견의 만남이었다”며 “한국 기독교 여성이 여성신학을 만난 것도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를 만난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마리아 여인의 사례를 들어 여신협이 걸어온 길을 회고했다. 사마리아 여인이 예수가 메시아인 줄 알고 난 뒤 물동이를 버려두고 동네 사람들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듯이, 여성신학을 만난 한국 여신학자들은 각자 삶의 현장에서 고난당한 이웃 속에 뛰어들어 하나님의 사랑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어 “무서운 아버지로만 생각했던 하나님이 여성신학을 통해 자비로운 어머니와 같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정 목사는 고백했다.
박순경 교수는 축사에서 “여신협은 하나님의 지배 외에 다른 지배 의식은 버려야 한다는 데서 출발, 30년간 국내 유일한 에큐메니컬(교회 일치·연합) 여성 단체로서 존립해 왔다”며 “향후 신학 본질에 대한 깊이를 더해 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송기성 정동제일교회 목사가 차례로 축사했고, 참석자들이 두 명씩 짝지어 서로 축복하는 것으로 예배는 마무리됐다.
여신협은 여성신학의 정립과 확산을 통해 여성의 존엄성 회복, 사회와 교회 민주화, 환경보전 등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1980년 4월 창립됐다. 98년 기독교여성상담소를 설립했으며 회원들은 이주노동자여성센터, 이주여성인권센터 등 각종 여성 관련 상담소를 세웠다.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올 가을 학술발표회 및 기념출판물 간행 등을 준비하고 있다.
글·사진=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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