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으로 본 사물의 내면 세계 아름다운 시로 승화
‘3천 원짜리 봄’ 신성철/고요아침
“사물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대상을 제대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에요.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냄으로써 시각장애란 한계를 이겨내려 하고 있습니다.”
시인 신성철(60)은 일곱 살 때 질병으로 시력을 잃었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은 전맹(全盲)이다. 결혼하고 아들 하나를 둔 시인은 안마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틈틈이 장애인 대상 문예지 등을 중심으로 시를 발표했다. 2003년 실로암복지관 문학상 대상을 시작으로 2004년 대한민국 장애인문학상, 2005년 장애인고용안정협회 문학상, 2009년 부산점자도서관 문학상 대상을 받는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올해는 ‘열린시학’ 신인작품상을 받으며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했다. 이를 계기로 펴낸 첫 시집이 ‘3천 원짜리 봄’(고요아침)이다. 시인은 앞을 보지 못하지만 사물의 내면을 절묘하게 잡아낸다. 비장애인들이 보지 못하는 것들을 마음의 눈으로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표제작에는 시각장애인으로 살아가는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영희는 갈색 안경 소녀입니다/오늘은 약속대로 3천 원을 주어야 합니다/조카 손목에서, 발꿈치에서 산 봄값입니다”
봄나들이 나온 ‘영희’는 시인과 같은 시각장애인일 수도 있고 시인의 분신일 수도 하다. ‘영희’는 봄을 느끼고 싶어 조카에게 용돈을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밖으로 나온 것이다. 조카의 손에 이끌려 벚꽃과 진달래와 목련의 각기 다른 촉감과 향기를 통해 봄을 느꼈으니 3000원으로 산 봄인 것이다.
“눈 맞추면 피어나는 우리 아가 웃음꽃을/나 때문에 드리우는 우리 엄마 근심어린 표정을/꼭 한번 만지고 싶다//(중략) 나 죽기 전에/남들이 좋다는 파란 하늘이 어떻게 생겼는지/정말!/꼭 한번 만지고 싶다”(‘꼭 한번 만지고 싶다’ 일부)
시인이 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오십이 넘어서였다. 2001년 한 복지관에서 시창작 교실을 여는 것을 알고 마음이 끌려 찾아간 것이 시작이었다. 시인은 그 마음을 시집에 적었다. “무엇인가에 취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팍팍한 세상. 무작정 문학이라는 바다에 죽을 작정으로 몸을 던졌다. 그것이 세상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힘이고 무기였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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