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 위기의 지구 살리기’ 해법을 찾다

‘우리의 선택’ 앨 고어/알피니스트

지구 표면의 온도가 상승하는 지구 온난화는 생태계를 교란해 인류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재앙이다. 그런데도 지구 온난화에 대비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은 여전히 종종걸음 수준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세계적인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던 지난해 12월 코펜하겐 기후변화회의(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실패로 끝났다. 세계 각국이 지구 온난화가 초래할 재앙에 우려하면서도 정작 위기 타개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우선 위기라고는 말하지만 정부나 기업, 개인이 재앙을 분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이유로 꼽힌다.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 화석연료 사용에 기대어 유지되는 생활의 편리함과 문명의 발전을 포기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환경운동에 앞장 선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은 ‘환경이냐, 발전이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 지구를 구하고 경제를 살릴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경고한 ‘불편한 진실’의 속편 격이라 할 수 있다.

뇌신경학을 비롯해 경제, 정보 통신, 농업, 환경 등 모든 학문 분야의 최고 전문가 그룹과 3년 반 동안 30여 차례의 포럼을 열어 치열한 토론을 벌이고 연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기후 위기는 인류에게 다가온 현실적인 위협이기 때문에 당장 변화를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새로운 성장 모델이 될 신재생 에너지의 경제성과 발전 가능성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저탄소 경제체제를 뒷받침할 국제적 합의와 각 국가가 취해야 할 녹색 정책도 제안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안은 의외로 단순하다. 우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환경친화적인 에너지의 사용을 확대하자고 말한다. 태양 에너지, 풍력 에너지, 지열 에너지, 바이오 에너지 등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재생 에너지 산업들이 어떤 수준까지 도달해 있는지를 살펴보면서 그 가능성을 모색한다.

태양광 발전의 경우 스페인과 독일 정부가 혁신적인 정책을 통해 수요를 자극하고 관련 기술을 획기적으로 확산시키는데 성공한 사례를 들려준다. 저자는 “전 세계가 태양발전 시설을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기술을 개선하기 위한 투자를 약속한다면, 태양 에너지가 전 세계 전력 생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말한다.

지구 내부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지열 에너지도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에너지라고 소개한다. 프랑스와 호주 등에서는 암반까지 땅을 파내고 지열로 물을 데워 발전기 터빈을 돌리는 방식으로 스팀을 만들어내는 고도지열시스템(EGS)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 엘살바도르 등에서는 전력 생산의 15%를 지열 발전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 밖에 바람을 이용한 풍력 발전, 옥수수나 억새 등을 원료로 한 바이오 에너지 사용도 기후 위기를 돌파할 대안으로 제시된다.

친환경 에너지 사용 확대와 함께 에너지 사용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낡은 송배전망을 정비해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탄소를 관리해야 하며 총량제한 배출권거래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기적인 기업인들이 지구 온난화는 ‘사실’이 아니고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라는 논리를 펴며 의도적으로 현실을 기만하는 행동에 대해 책임지도록 압박하는 등 기후 위기 해결을 가로막는 장애물에 적절히 대처할 것을 주문한다.

“우리는 기후 문제와 해결 방법을 알고 있다.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길은 이를 당장 실천에 옮기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며 결단을 거듭 촉구한다.

“우리의 선택은 경이로운 것이며 우리의 선택이 미치는 영향은 영원할 수 있다. 다음 세대들의 한탄을 자아낼 수도, 칭송을 자아낼 수도 있는 선택, 피할 수 없는 선택이 지금 우리 앞에 놓여있다.”

녹색 성장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우리 정부나 기업, 개인들이 저탄소 체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대안을 찾는 데 참고할 만한 책이다. 김지석·김춘이 옮김. 2만8000원.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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