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신교회 미용선교회 미사랑, 골프채 버리고 가위들고 봉사
[미션라이프] “여기가 자꾸 뻗쳐서. 그런데 이거 황송해서 어떡해?” 한 80대 노부부가 머리를 다듬어주는 ‘미용사’에게 건넨 말이다. 뭐가 그렇게 황송한 걸까?
서울 신용산역 안에 ‘무료 미용실’이 생겼다. 이들 노부부는 이곳에서 컷트를 했다. 그런데 미용실 분위기가 여느 곳과 다르다. 간판을 걸지도 않았고, 미용 관련 장비도 없다. 신용산역 내에 비어있는 매표소에 거울과 의자를 놓고 미용실로 오픈한 것이다. 미용사도 50~60대 지긋한 분들이다.
이들은 서울 충신교회(박종순 목사) 이미용선교회 ‘미(美) 사랑’ 회원이다. 지난달 미용 봉사를 위해 ‘신용산역점’을 오픈하고 ‘고객과 함께 하는 사랑의 이미용 봉사’ 플래카드를 걸었다. 매달 둘째·넷째 목요일 오후 1~4시 컷트 봉사를 하고 있다. 주로 노인이나 일용직 노동자, 교회 성도들이 고객이다. 가끔 노숙인도 찾아온다.
고객들에겐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하고, 빨간색 바구니에 개인 물건을 담은 뒤 분홍색 보자기로 덮어 머리카락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남성의 머리는 남성 미용사가, 여성은 여성이 맡는다. 30분 남짓 정성을 다한 이들 미용사의 솜씨에 고객들은 깊은 고마움을 표시한다.
어떤 이가 “어디서 오신 분들이냐?”며 묻는다. 성악가 출신의 이혜순(62) 집사가 “충신교회에서 나왔어요. 봉사하는 거예요. 다음달에 또 오세요”라고 답한다. 그럼 “아, 교회에서 나오셨구나”라고 화답한다. 美사랑은 “전도는 곧 사랑”이라고 외친다.
이들은 신용산역 외에도 구로동 조선족교회, 용산구 내 요양원과 노인복지관에도 정기적으로 나간다. 이정자(65) 권사는 “요양원을 가면 노인들이 특히 머리 만져주는 것을 참 좋아한다”며 “마치 내 미래를 보는 것 같아 애틋한 마음에 더 정성을 쏟게 된다”고 말했다.
美사랑이 생긴 건 3년 남짓이다. 평소 봉사활동을 강조해온 박종순 목사의 말씀에 美사랑 회장 이웅표(64) 장로는 ‘퇴직후엔 봉사하며 살자’고 다짐했다. 그러던 중 ‘이지연더스타일’의 이지연 원장이 이미용팀 모집 공고를 냈고 부부가 함께 등록했다. 이 원장은 일주일에 한 차례 3시간씩 컷트 퍼머 기술을 가르쳤다. 18명의 회원들은 대부분 현역에서 은퇴한 장로, 권사, 집사들이다.
‘충신미장원장’으로 불리는 변정희(60) 권사는 “처음에는 장로님을 비롯한 남성 회원들이 머리를 만지는 것을 쑥쓰러워했다”며 “그러나 지금은 누구보다 열정을 갖고 봉사한다”고 말했다. 이 장로는 미용재료 등을 모두 후원했고, 교회에서도 봉사할 수 있도록 샴푸실도 설치했다. 덕분에 용산구 지역 노인들과 농아인들이 ‘충신미장원’으로 찾아와 머리를 자르고 퍼머를 하게 됐다.
회원 중에는 직접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도 있다. 한 국제항공사 상무이사로 정년퇴직한 김요한(65) 집사는 “집 근처 복지관에 가서 이미용 봉사를 하겠다고 했더니 자격증이 없어 봉사를 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래서 작년에 이용사 자격증을 땄다”고 말했다. 美사랑의 막내 오경숙(50) 집사도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어찌보면 편안하게 노년을 즐길 수 있는 회원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현장에서 땀을 쏟는 봉사를 택했다. 오히려 “봉사를 통해 삶 속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고백했다.
10년 전 간암에 걸린 뒤 신앙생활을 시작한 신용산역 점장 김종완(69) 집사. “체면을 따지던 내 삶이 지금은 봉사를 함으로써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기쁨이 샘솟고 그러다보니 건강도 되찾게 됐다”며 “지금은 이미용 봉사가 현직”이라고 말했다. 시간만 나면 필드로 달려갔다는 김요한 집사는 “봉사를 시작한 뒤로는 한번도 골프채를 잡은 적이 없다”며 “대신 내 손엔 컷트 가위가 들려있다”고 웃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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