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군사논평원 “넌 누구냐”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작심한 듯 막말을 마구 쏟아냈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인민군 판문점 대표부 같은 기관은 물론 북한의 온라인 매체 ‘우리민족끼리’,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등 언론을 총동원해 대남비방에 열을 올렸다. 한·미 양국이 세계 최대 핵 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까지 참여시켜 이명박 정부 출범 닷새 만에 실시한 대규모 ‘키 리졸브’ 훈련의 영향이 컸다. 키 리졸브 훈련은 1994년부터 실시해온 연합전시증원훈련(RSOI)을 대체한 것으로 2008년 처음 실시됐다.
이명박 대통령을 ‘역도(逆徒)’라고 비방하기 시작한 것도 그 무렵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그 해 5월 “군사적 긴장과 대결이 격화되면 충돌은 일어나게 되며 그것은 다시 제3의 서해교전, 제2의 6·25 전쟁으로 번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여 이 대통령을 역도, 우리 군을 ‘괴뢰군부 호전세력’이라고 비난했다. 이때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대남비방에 사용한 수법이 ‘군사논평원 글’이다.
천안함 침몰 22일 만에 나온 “북한 관련설은 날조”라는 북한의 첫 반응도 조선중앙통신 군사논평원 글 형식으로 발표됐다. 군사논평원 글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6월 처음 등장한 이래 2008년 4차례를 포함해 이번까지 총 6번 사용됐다. 자주 쓰이는 형태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공식화하기 껄끄럽고, 말을 돌려하고 싶을 때 쓰는 일종의 살라미 전술로 보는 시각도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두 매체만 이 형식을 사용하는 점도 특이하다. 게다가 무기명 개인 논평이어서 노동당이나 북한 당국의 공식 입장으로 볼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조선신보는 “논평원 글은 노동당의 목소리이며, 북한 정부 성명이나 정부 대변인 성명보다 더 권위있다”고 주장했다.
크게 보면 북한은 공식 입장을 대외적으로 밝힐 때 성명, 담화, 비망록, 논평 네 가지 중 하나의 형태로 발표한다. 비중은 성명〉담화〉비망록〉논평 순이다. 같은 성명이라도 발표 기관과 명의에 따라 수위가 다르다. 조평통, 국방위 등 기관 명의의 강도가 가장 세고, 대변인 명의가 다음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군사논평원 글은 논평보다 비중이 낮다. 북한이 ‘국방위 성명’이 아닌 이름도 실체도 없는 ‘군사논평원 글’로 무관함을 주장한 것은 뭔가 켕기는 구석이 있다는 반증이다.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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