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전석운] 교육비리와 선거 무관심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천안함 침몰로 온 나라가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는 마당에 교육감을 뽑는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을 유권자에게 요구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그러나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일반 유권자의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
교육계는 연초부터 인사비리와 뇌물수수, 제자 성추행 등 온갖 비리를 쏟아내고 있어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지탄을 받고 있다. 여기에다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이 최근 부하 직원들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직선제로 뽑힌 교육수장이 비리의 정점에 서 있다는 인식을 낳았다. 교육계의 잇단 비리가 교육감 선거를 냉소적으로 바라보는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교육계의 비리 퍼레이드가 여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지금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고 있는 수학여행 비리가 드러나면 교육계는 또 한번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수도권의 전·현직 교장 157명이 수학여행 등 단체행사 과정에서 업자들로부터 뒷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교장의 비리가 이토록 만연한 것은 각종 업체 선정을 학교장이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의 수학여행지침에 따르면 총 경비 2000만원 이하는 한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도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총 경비 5000만원까지도 두 곳 이상의 업체에서 견적을 받기만 하면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사실상 업체 선정은 교장 마음먹기에 달렸다.
시교육청은 비리 근절을 위해 일선 학교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의 수의계약 공개를 의무화했지만 비리근절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리베이트와 부정한 뒷돈이 오가는 것을 막으려면 수의계약 자체를 없애거나 발주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장의 전횡을 막을 수 있는 확실한 견제장치를 둬야 한다.
흔히 교직은 성직에 비유된다.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교육계는 어느 직군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교사가 바로 서지 않으면 학생들은 누구에게 뭘 배울 것인가. 돈으로 장학사 자리를 얻고 그걸 발판으로 소위 ‘물 좋은’ 지역의 학교로 옮겨간 비리 교사가 학부모와 학생에게 은밀하게 손을 벌리지 않겠는가. 그런 교사가 교장이 되고 교육감이 되면 더 큰 비리를 저지르지 않겠는가. 일부 교사의 비리가 드러났다고 해서 교직사회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매도하지 말아 달라고 교사들은 항변한다. 그렇다. 훌륭한 교사도 많이 있다. 그러나 그분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교육계의 비리는 근절돼야 한다.
한심한 것은 교육감 선거에 나선 후보들 중 어느 누구도 이런 부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교육 현장은 비리와 편법이 넘쳐나고 있고, 학부모들과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냉소주의가 판을 치는데도 ‘클린 교육’을 외치는 후보를 찾기 어렵다.
일반인들의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은 난립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강원도의 경우 인지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현직 교육감이 재출마했는데도 ‘후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대답이 60%였다. 후보가 난립하는 것은 출마희망자들을 심사하거나 걸러줄 정당이 없는데다 선출직 교육감의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우 십수 명이 교육감 자리를 놓고 경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뚜렷한 비전도 대안 제시도 없어 ‘도토리 키재기’라는 평가다. 오로지 보수와 진보로 패가 갈려 후보단일화 논의를 벌이고 있을 뿐이다.
특히 한나라당 서울시당이 특정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교육감 선거가 정치에 예속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다. 교육 자치는 일반 정치·행정 권력으로부터의 자치여야 한다. 그런데 보혁 대결 구도로 바뀌면서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는 교육감 선거는 대단히 유감이다.
전석운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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