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혜경] 내 삶의 아이디어

길을 가다가 제과점 쇼윈도에 진열되어 있는 케이크에 눈이 팔려 한참을 구경한 적이 있다. 크리스마스 같은 시즌이 아닌데도 한자리에 진열된 케이크들이 하나같이 너무 예뻐 도무지 눈을 뗄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하얀 생크림 속의 빵 맛은 비슷할 것 같은데, 데코레이션에 따라 저렇게 의미가 달라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조병화 시인의 시 ‘해인사’가 떠올랐다. ‘큰 집에 사나/ 작은 집에 사나/ 인간은 하나’. 계획에 없던 빵을 사들고 집에 와서 다시 보니 케이크 속에는 제빵사의 열정과 아이디어가 듬뿍 담겨 있었다.

온통 아이디어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사회복지계도 예외가 아니다. 어느 날 아동복지학을 공부하는 사람이 우리 협회 일이 궁금하다고 무작정 사무실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 바쁜 시간 쪼개 ‘디딤씨앗통장’이라는 사업을 설명하게 되었다. “정부에서 보호하고 있는 아이들이 각자 자기 통장에 저축하거나 후원을 받아 저축을 하면 정부에서도 같은 금액을 매칭시켜주는 사업이에요. 3만원을 입금하면 아이의 통장은 6만원이 되는 사업인데, 이름이 ‘디딤씨앗통장’이랍니다.” 그러자 그분은 “점점 씨앗을 키워간다는 뜻인 거죠? 이름 참 잘 지었네요”라며 내용보다 이름에 감탄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아이디어를 모집하는 공모전도 참 많다. 아이디어 전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대중화되어 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 게다. 잘 만들어진 단어 하나가 수백만원에 팔리는 실정이다 보니 공모전에 제출할 아이디어를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법들이 인터넷에 나돌고, 그런 것들을 강의해 주는 학원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기업에서 요구하는 것을 캐치하되 눈길을 끌어야 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진실해야 하며 등등 강의 내용도 꽤나 구체적이고 체계적이다.

눈길을 돌려 우리네 삶에도 스스로 아이디어의 빛을 발해보는 것은 어떨까. 겉으로 드러난 이름보다 삶의 내실을 기하는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휘둘린 삶,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노출증, 남의 생활을 들춰보고 싶은 관음증에서 벗어나는 것이 첫걸음이다. 대신 내 삶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윤택하게 할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 하면 좀 더 행복할 수 있을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골똘히 생각해 보는 거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방법은 걷기가 최고라고 한다. 걷는 동작이 사람의 두뇌 활동을 최적의 상태로 만든다는 것이다. 머릿속이 복잡하게 헝클어져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때 적절한 속도로 걸으면 놀랍게도 명료한 아이디어가 나타났던 경험이 있다. 작곡가 모차르트가 당구를 칠 때 ‘마술피리’의 멜로디를 떠올렸듯이.

걸을 때는 이어폰 속의 음악을 버리고, 휴대전화도 꺼두는 것이 좋다. 하늘과 바람과 땅의 기운으로 족하다. 그러고 보면 세상의 모든 지혜는 자연 속에, 그리고 자신 속에 있는 것이 아닌가.

이혜경 한국아동복지협회 기획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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