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함미 인양 이후] 희생 장병 홈피는 지금도 업데이트中
17일 오후 천안함 희생자 고 이상민(22) 병장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사진 여러 장이 올라왔다. 이 병장의 생전 모습이었다. 일상복 차림에 정면을 노려보는 이 병장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시물 작성자는 ‘이상민’. 누군가 이 병장이 만든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접속했다는 뜻이다.
‘홈피 업데이트가 되었다고 해서 깜짝 놀라서 들어왔네.’(김준성) ‘되지도 않을 일촌 신청 해놓고 수락돼서 깜짝 놀라서 왔는데… 니 사진 보니까 더 눈물 날라 그러네… 넌 영원히 우리나라의 해군으로 남을 거야…’(김영진) 사진은 동갑내기 사촌 가진희씨가 이 병장 부모의 요청으로 올리고 있었다.
천안함 침몰 사고 이후 희생 장병들의 홈페이지가 다시 꾸며지고 있다. 가족들이 대신 접속해 고인을 추모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홈페이지를 찾은 사람마다 반갑고 슬픈 심경을 남겼다.
고 문영욱 하사의 미니홈피에는 지난 16일 ‘졸업식 때’라는 제목의 사진이 문 하사의 이름으로 올라왔다. 문 하사 시신이 천안함 함미에서 수습된 다음날이었다. 사진 속 문 하사는 어머니와 함께 꽃다발을 들고 있다. 문 하사는 어릴 적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둘이 살았다. 어머니는 2007년 9월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문 하사는 학비와 생계비를 마련하려고 6개월 뒤 해군에 입대했다.
사진 밑에는 ‘아, 이 사진이 건강하게 기적처럼 돌아와서 올린 거라면 얼마나 좋을까. 정말 가슴이 너무나 아픕니다’(권수현), ‘너도 어머니도 살아서 함께 사진 찍은 저 날로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좋겠다’(박정아)는 글이 달렸다. 문 하사의 동갑내기 친구 김도연씨는 ‘어머님 사진, 함께 찍은 사진 전부 불태워 버리고 남아 있는 유일한 가족사진’이라고 설명을 붙였다.
희생자 중 동명이인인 이상민(23) 병장의 미니홈피에도 17일 새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 병장의 생일을 맞아 가족이 면회를 가서 찍은 사진들이었다. 이 병장은 어머니가 손수 끓여온 미역국을 먹고 있었다.
이 병장 이름으로 사진을 올린 둘째 누나 이순희(29)씨는 “상민이가 군대에 있을 때부터 대신 관리해 왔다”며 “많은 사람이 상민이를 조금 더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앞서 올린 사진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머물고 있는 이 병장 가족은 이들 사진 가운데 몇 장을 출력해 숙소 옷장에 붙여 놓고 있다.
고 나현민 일병의 어머니 김옥순씨는 최근 아들에게 쓴 편지를 해군에 전달했다. 김씨는 아들을 부르며 “너의 21번째 생일을 차가운 바다 속에서 보내게 한 게 마음이 아프구나. 꿈도 키워보지도 못했는데 다 바다가 삼켜버렸어. 꿈이었으면 좋겠다. 믿어지지가 않아. 미안하다. 사랑한다 아들아”라고 적었다. 검정 펜으로 꾹꾹 눌러 쓴 글씨는 끝으로 갈수록 흐트러졌다. 격해지는 심정이 배어 있었다.
평택=강창욱 김수현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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