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에… 생활고에… 버림받는 다문화가정 아이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 입소 의뢰 사례 분석
“제 아기를 잘 키워 주세요. 아기 이름은 제로미(Jeromy)입니다. 아이를 키울 돈은 없지만 정말 사랑합니다. 3월 19일 오전 10시15분에 집에서 태어났어요.”
박모(여)씨는 지난달 20일 오전 7시쯤 서울 방배동 자신의 집 앞에 놓인 상자에서 거무스름한 피부의 갓난아기를 발견했다. 아기 곁에는 엄마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영어로 된 메모도 있었다. 아기는 당시 저체온 증상을 보였지만 병원 치료를 받고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옮겨져 건강을 되찾았다. 센터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인 엄마가 낳은 다문화가정 아이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보가 2008년부터 지난달 말까지 서울시 아동복지센터에 입소 의뢰된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탈북자 아동을 제외한 전체 12건 가운데 4건이 가정폭력 때문에 의뢰된 것으로 집계됐다. 4건 중 3건은 임신한 상태에서 남편에게 폭행당한 엄마가 출산한 뒤 아기를 맡긴 경우였다. 나머지 8건은 시댁 식구와의 갈등, 가난, 남편의 지병이나 무관심 등이 이유였다.
베트남 여성 A씨는 2006년 5월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남편에게 자주 폭행을 당했지만 ‘아기를 낳으면 잘해주겠지’라고 생각하며 결혼 생활을 근근이 이어갔다. 급기야 A씨는 임신한 상태에서 남편한테 맞았고 병원 진찰은 받지도 못했다. A씨는 2008년 말부터 남편을 피해 이주여성쉼터에 머물렀고 남편과 전 부인이 재결합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기를 센터에 맡겼다.
임신 중이던 미얀마인 여성 B씨는 ‘빠르게 움직이지 못한다’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남편한테 심한 폭행을 당했다. B씨는 “이혼 절차가 마무리되고 자립할 때까지 한 살짜리 내 아이를 맡아 달라”고 센터에 요청했다. 그는 “결혼 직후부터 때리더니 시부모 앞에서도 폭행해 지난해 3월부터 숨어 지냈다”고 하소연했다.
중국동포 C씨는 “2005년 시작된 한국인 남편과의 신혼 생활은 감옥이었다”고 기억했다. 시댁 식구들은 청각 및 언어 장애를 앓고 있는 남편을 버릴까봐 C씨를 집밖에 나가지 못하게 했고 C씨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그는 임신 9개월째이던 2007년 11월 가출해 아기를 낳아 센터에 맡겼다.
센터 이기영 소장은 “국제결혼 증가로 다문화가정 아이의 입소의뢰는 늘고 있지만 입양되는 경우가 드물다”며 “제로미도 한 가정이 입양을 원했지만 최근 무산됐다”고 말했다
탈북자 아동들도 부모가 한국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하면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탈북자 엄마 D씨는 “정부에서 주는 생계비 89만원으로는 두 살짜리 아기를 키울 수 없다”며 센터에 아이를 맡겼다.
2008년부터 지난달까지 센터에 입소 의뢰된 탈북자 아동들은 16명에 달한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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