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뎀나무]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목적이 이끄는 삶’의 저자이자 미국 새들백교회를 담임하는 릭 워런 목사는 2003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했을 때, 자신의 삶을 뒤흔들어 놓는 경험을 하게 됐다. 한 작고 낡은 교회에서 에이즈에 감염된 25명의 아이들을 돌보는 모습을 본 것이다. 워런 목사는 그 교회가 하는 일이 자신의 심장에 꽂혔다고 고백했다. 자신이 목회하는 거대한 교회보다 더 소중한 일을 하는 그 작은 교회가 그의 가슴을 뛰게 했고, 그 후 워런 목사는 교인들과 자신의 가슴 뛰는 비전을 나누게 되었다. 현재 새들백교회 성도 7500명이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 받는 개발도상국에 자원봉사를 하러 다니고 있다.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가 쓴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라는 책이 필자의 심장에 꽂혔다. 워런 목사의 이야기도 그 책에서 소개된 내용이다.

아주 쉬운 질문을 던지고 싶다. “출근길에 혹은 바쁜 일로 길을 가다가 물에 빠진 아이를 보게 되었다고 하자. 그리 깊지는 않지만, 어린 아이는 곧 꺼내주지 않으면 죽을지도 모른다. 주위에는 이 아이를 꺼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 하지만, 당신이 그 아이를 구한다면 약속 시간에 늦을 수도 있고, 당신의 옷과 신발은 다 젖을 것이다. 당신은 그 아이를 보았을 때 물에 뛰어들겠는가?”

물론 대부분 사람들이 “당연히 아이를 구해야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일을 위해 당신은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필연적인 손해(약속도 깨지고 당신의 옷과 신발도 엉망이 되는)를 감수해야 한다.

이 지구상에서 1달러 25센트 미만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야 하는 사람들을 ‘절대적 빈곤층’이라고 부른다. 그런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숨 쉬는 세상에 14억명 이상 있다. 바로 그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 세계 곳곳에서 들리는 비극적인 소식을 접한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수많은 어린이, 그리고 이제 지구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질병으로 죽어가는 많은 사람이 있다. 병원에 가면 살 수 있는 아이들이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죽어간다. 결국 그 죽음은 ‘질병’ 때문이 아니라 ‘가난’ 때문이다.

이 땅에는 절대적 빈곤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싱어는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결국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방법은 우리 삶의 습관을 바꾸는 것”이라고.

지금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많다. 옷을 사 놓고 입지도 않는 것, 무리 없이 누리는 취미 생활, 먹으려고 샀지만 뜯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 음식 등이다. 그것만 가지고도 이 땅의 모든 아이를 살릴 수 있다.

물에 빠진 아이가 지금 이 순간에도 허우적거리고 있다. 단지 우리의 옷이 젖고 신발이 젖는 것쯤을 감수한다면 그 아이를 살릴 수 있다. 구약성경에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자선(tzedakah)’이라는 말이 무려 3000번 이상 언급된다.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라고 가르친다.

그렇다. 우리에게 주어진 축복의 권리만 누리고 해야 할 의무를 하지 않는 것은 ‘불의’다!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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