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무죄 선고] 돈 액수·전달방법 오락가락…‘곽씨 일구이언’ 인정 안해
재판부, 檢 공소사실 문제점·수사 과정 비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형두)는 검찰의 공소사실 자체를 모두 인정하지 않은 것은 물론 검찰 수사 과정도 이례적으로 조목조목 비판했다. 재판부는 또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점을 들어 뇌물 혐의의 대가성 여부와 인사 청탁이 있었는지는 아예 판단대상에서 제외했다. 5만 달러를 줬다는 진술 자체가 신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나머지 쟁점에 대한 판단 역시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곽씨 진술 신빙성 없다 판단=재판부는 우선 곽 전 사장이 검찰조사 및 법정에서 6차례나 뇌물공여 여부와 액수, 전달방법을 바꾼 점을 지적했다. 곽 전 사장은 10만 달러라고 했다가 이를 거짓말이라고 하고, 3만 달러로 했다가 다시 5만 달러로 계속 말을 바꿨다.
검찰 조서에 나온 곽 전 사장의 진술이 임의적이고 자유로운 상태에서 이뤄진 게 아니라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도 한 전 총리 무죄 판결의 근거가 됐다. 재판부는 “살기 위해서 불었다” “검사가 무서웠다” 등 곽 전 사장의 언급이 극단적인 공포를 나타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밖에 곽 전 사장의 다른 여러 진술을 근거로 그를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기억과 다른 진술을 쉽게 할 수 있는 성격”이라고도 했다. 돈을 받았다는 사람은 부인하고 물증은 없는 뇌물 사건에선 공여자의 진술이 유일한 직접 증거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곽 전 사장의 진술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봤다.
◇오찬장서 돈 오갔다는 건 비현실적=5만 달러가 건네졌다는 2006년 12월 20일 총리공관 오찬 상황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여러 근거를 들어 돈이 오가기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당시가 평일 점심시간으로 총리의 공식일정이었고, 공관이라는 공적 장소에서 이뤄진 데다 경호원이 있는 개방적 구조라는 게 이유였다.
재판부는 특히 “한 전 총리의 옷 주머니는 5만 달러를 넣기에 지나치게 작고, 핸드백은 수행원이 들고 있었는데 돈을 챙겼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곽 전 사장이 각각 2.6㎝(2만 달러)와 3.2㎝(3만 달러) 두께의 봉투를 안주머니에 넣고 들어갔다면 오찬 내내 전달방법을 고민했을 것이고, 한 전 총리도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텐데 일사분란하게 봉투를 전달하고 처리했다는 것은 타당성이 결여됐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의 친분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검찰 주장대로 한 전 총리와 곽 전 사장이 스스럼없이 청탁을 주고받는 사이였다면 여럿이 모이는 공관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도 얼마든지 뇌물을 줄 수 있었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친밀한 사이였다면서 총리 재임 중 한 번 밖에 만나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강조했다.
한 전 총리가 받은 돈을 아들의 유학자금으로 썼다는 검찰 주장도 판단 대상이 되지 못했다. 검찰의 정황증거인 골프채 선물, 제주 골프빌리지 숙박 여부도 재판부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양진영 임성수 기자 hans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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