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쓴 생존장병들의 편지 “내 동기 어디 있느냐… 혼자 살아 너무 죄스럽다”

Է:2010-04-09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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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로 쓴 생존장병들의 편지 “내 동기 어디 있느냐… 혼자 살아 너무 죄스럽다”

“정말 무서웠습니다. 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배가 바닷속으로 들어가기 전에, 물이 뼈 안으로 스며들기 전에 빠져나가야 했습니다. 무서움 때문에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고, 어찌하여 밖으로 나온 뒤 나의 동료, 내 후임을 찾아야 했습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선실로 내려와 목이 터져라 이름을 불렀습니다. 상민아, 상준아… 매일 밤 어두워지면 그 녀석들이 떠오를 뿐입니다.”

천안함 침몰 사고에서 살아 돌아온 어느 병사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생존 병사들이 9일 실종자 가족들에게 전달한 39통의 편지 중 하나다. 병사들은 경기도 평택 제2함대사령부에서 실종자 가족들과 눈물의 상봉을 한 8일 오후 늦은 시간까지 가족들이 떠난 그 자리에 남아 한 통씩 편지를 썼다. ‘물속에 있는 장병들, (이 자리에) 오시지 못한 부모님들을 위해 편지를 써 달라’는 가족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실종자 가족들은 전달받은 편지를 돌려 읽으며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천안함 실종자가족협의회(실가협)는 편지 일부를 공개했다.

누군가는 동기에게, 누군가는 실종자 가족에게 편지를 썼다. “너라도 살아 와줘 고맙다”며 껴안아준 동료의 가족들에게 생존 장병들은 “살아 돌아와 미안하다”고 적었다.

한 병사는 가까스로 배 밖으로 나온 뒤에야 동료와 후임병이 없다는 것을 알고 다시 선실로 내려가 목이 터져라 이름을 불렀다고 했다.

다른 한 병장은 입대 동기생인 강현구 병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이 병장은 “현구야 대답해라… 나 혼자 살아 있어 너무 죄책감이 든다”고 썼다. 그는 “제대도 같이 해야지 이놈아, 지금 어디 있는 거냐? 나 혼자 군생활 하라고?”라며 대답 없는 강 병장을 거듭 찾았다. 동기의 생환을 믿는다는 그는 “난 네가 내 옆에서 ‘하나뿐인 내 동기’라며 나를 토닥여주는 그 순간을 기다린다”며 글을 맺었다.

또 다른 병사는 “살아 돌아온 저희가 죄송스러울 따름”이라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 병사는 “모든 대원을 피로 나눈 가족으로 생각하며 살았다”며 “저희 또한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견뎌내고 있다”고 말했다. “저희 모두가 아들 형제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더 열심히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 편지들을 실종자 가족 임시숙소 근처 식당에 게시했다.

한편 실종자 가족들은 생존 장병들과 대화를 나눈 뒤 “실종 장병 44명이 모두 함미에 모여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국(39)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제2함대사령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생존 장병들과의 대화를 통해 대략적으로 미복귀자 44명 전원이 함미에 있을 것이라는 자체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침몰 사고 조사를 위해 구성된 민·군 합동조사단에 가족 대표가 참여하게 되면 조사 결과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평택=이경원 김수현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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