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상온] 천안함과 ‘軍 때리기’
“침몰부터 지금까지 보인 대응을 돌아보면 軍은 맞아도 싸다. 그러나…”
‘군 때리기’가 한창이다.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서다. 우왕좌왕 구조작업에서부터 오락가락 발표 번복에 불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기밀 유지 시도까지 거의 모든 게 질타와 매도 대상이다.
과연 이런 군을 믿고 국방을 맡길 수 있겠느냐는 힐문도 터져 나온다. 심지어 야당으로부터는 군 당국이 정보 조작을 통해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속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충격적인’ 의문마저 제기된다. 다분히 정략적이긴 해도.
사실 천안함이 침몰하고 이제까지 진행돼온 상황을 돌아보면 국방부와 군이 매를 맞아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맞아 싸다는 게 나을지도 모른다. 이랬다저랬다 한 침몰시점 발표와 교신일지 및 열상감지장비(TOD) 동영상 공개나 구멍 뚫린 듯한 위기(재난) 대응 등 국민의 불신과 불안을 자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지적된 구체적인 사실들을 재삼 거론하는 것은 그만두자. 다만 천안함 침몰 원인이 즉각 밝혀지지 않았음에도 당초 군당국이 이를 침몰 ‘사고’라고 발표한 것만 봐도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사고(accident)는 의도적이 아니라 우발적으로(accidentally) 일어난 사건을 말한다. 그런 만큼 천안함 침몰을 사고라고 규정하면 군 스스로 처음부터 외부 공격 같은 고의성은 아예 배제하는 셈이 된다. 나중에 국회에서 지적을 받고 시정하기는 했으나 “이건 뭐 아마추어도 아니고…”라는 한탄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음모론까지 곁들여 무작정 군을 때리기만 하는 게 옳은가 하는 의문은 남는다. 군이 힐난 받을 만한 이유가 있다 해도 그것은 천안함 침몰 이후 나타난 군의 미숙하고 엉성한 대응에 대한 것일 뿐이다.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처음부터 군을 사시(斜視)로 보면서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예컨대 사건 초기 침몰된 천안함 선체를 빨리 찾아내지 못했다고 군의 무능함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나 군에는 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만한 장비가 갖춰져 있지 않다. 이를테면 소해(掃海) 헬기다. 이번 사건으로 북한의 기뢰에 대한 관심이 커졌거니와 대(對)기뢰전의 필수장비라 할 소해 헬기는 신속하게 바닷속 물체를 탐지하는 데 요긴하다. 그러나 우리 해군은 소해 헬기 도입 계획을 갖고 있으나 예산 부족으로 도입이 미뤄지고 있다.
이는 하나의 예에 불과하지만 군이 제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면 여건을 갖춰주는 게 먼저다. 북한의 도발 등 안보불안 사태가 터지면(천안함 침몰도 일종의 안보불안 사태다) 믿을 건 군밖에 없다며 군에 온갖 주문을 다 하면서 전력증강과 군 현대화를 포함한 국방예산은 마치 국민세금 낭비이기라도 한 양 애물단지 보듯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도대체 예산에 반영이 안 돼 해군 승조원들에게 하나에 15만원 정도하는 무선인식 라이프 재킷조차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아직도 군을, 심하게 말해 ‘복마전’처럼 보는 음모론적 시각이다. 군의 과거 소행, 곧 쿠데타 등 정치 개입, 민간인 사찰, 의문사 은폐 같은 ‘군의 원죄’로부터 비롯된 이런 부정적 시각은 여전하다.
천안함 침몰 시점에 관한 논란만 봐도 그렇다. 침몰 시점이 원인 등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 분명치도 않은 터에 굳이 거기에 온통 관심을 쏟는 것은 군이 뭔가를, 구체적으로는 어떤 잘못을 은폐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 때문 아닌가. 군이 침몰 시점을 거듭 번복하거나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교신일지와 TOD 동영상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공개한 것도 은폐 의혹을 제기하는 거센 여론에 떠밀린 결과 아닌가. 그래놓고 군이 발표를 자꾸 뒤집는다느니 원칙도 없이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느니 하고 비난하는 게 타당한가.
물론 군이 과거의 타성에 젖어 잘못을 은폐하려 한다거나 ‘경영 합리화’ 없이 예산 타령이나 하면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매를 맞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도 이젠 군의 원죄로부터 연유한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김상온 카피리더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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