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남도영] 이명박 정부, 신뢰의 위기

Է:2010-04-0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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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남도영] 이명박 정부, 신뢰의 위기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는 회사나 주변 사람들로부터 “천안함은 왜 침몰한거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신문에 나지 않는 새로운 정보를 원하는 것인데,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질문의 근저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최측근 핵심 인사들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깔려 있다.

이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천안함 침몰 이후 “예단하지 말자”며 신중론을 펴왔다. 사고 원인이 확인될 경우 일어날 후폭풍을 생각하면 최선의 선택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천안함 침몰 사고는 항공기 사고처럼 원인 규명이 어려운 사고다. 원인 규명을 하기 위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들은 답답해했다. 오히려 군의 대응 미숙과 실수들이 겹치면서 의혹이 깊어진 측면이 강하다.

각종 음모론과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상황은 천안함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은 출범 초기부터 많은 음모론과 유언비어에 시달렸다. 광우병 파동과 일본 요미우리 신문의 이 대통령 독도 발언 보도가 대표적이었다. 대통령이 국민들을 광우병으로 내몬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추론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수호할 의무를 진 대통령이 독도를 양보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았다. 대한민국 정부의 발표보다 일본 언론을 더 믿는 듯한 분위기도 등장했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고 해서 국민을 비판할 수는 없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는 ‘신뢰의 위기’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민이 현 정부로부터 떠올리는 이미지는 일 잘하는 정부다. 불행히도 신뢰를 주는 정부라는 이미지는 약하다. 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유치, UAE 원전 수주, 경제위기 대응, 공기업 개혁 등 많은 실적을 쌓아왔다.

그러나 성과를 쌓는 다른 한편으로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했다. 성과와 효율성을 중시하다 보니 절차와 과정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미디어법을 처리해야 할 담당 상임위 국회의원이 미디어법을 본 것은, 상정키로 한 이틀 전이었다”고 말했다. 국회의 권위가 무시됐고, 법 개정의 정상적인 절차가 무시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세종시 수정안도 정운찬 총리의 인터뷰를 통해 불쑥 던져졌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여러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청계천처럼 4대강이 완성되면 모든 반대가 찬성으로 바뀔 것’이라는 성과에 대한 확신이 국민에 대한 설득을 소홀하게 만든 측면이 크다. 반대만 하는 야당과 시민단체가 문제라지만, 반대 세력을 설득하는 책임도 결국 정권이 지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를 바라보며 ‘국제적인 기준’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5일 인터넷·라디오 연설에서는 “세계는 지금 대한민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속도보다 정확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6일 국무회의에서는 “G20 회원국 등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이라는 위기상황을 제대로 극복해내면서 대한민국이 한 단계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전적으로 옳은 얘기인데, 다만 국제적인 기준과 대응이 천안함 사고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국정 운영 과정에도 적용되기를 기대한다. 세종시와 4대강, 교육개혁 등 주요 국정과제들도 성과와 효율성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원칙이 적용됐으면 한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게 선진국의 기준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건강보험개혁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백악관에서 야당 지도부 40여명과 7시간 동안 토론을 벌였다고 한다. 집권 중반기에 들어선 이 대통령은 지지자보다는 반대자들을 더욱 많이 만나 설득해야 한다. 그런 힘겨운 과정들이 계속 반복돼야만 이명박 정부의 신뢰는 회복될 것이다.

남도영 정치부 차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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