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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김찬규] 천안함 침몰사건에서 해야 할 일

[시사풍향계-김찬규] 천안함 침몰사건에서 해야 할 일 기사의 사진

3월 26일 일어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건의 원인에 대해 김태영 국방장관이 2일 국회에서 “어뢰와 기뢰 두 가능성이 다 있지만 어뢰 가능성이 좀 더 실질적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기뢰라면 공격을 위해 부설한 것일 수도 있고 방어용으로 부설한 게 계류를 떠난 것일 수도 있다. 후자의 경우라고 해서 부설자 측에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책임은 과실에 의한 것일 뿐 고의에 의한 것은 아니다.

어뢰의 경우에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그것이 어뢰라면 주어진 상황에서는 작심하고 발사한 경우 이외의 것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군함이 침몰하고 승조원 104명 중 46명이 실종했다. 1974년 12월 14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침략의 정의에 관한 결의’에는 “일국의 병력에 의한 타국의 육군 해군 공군 또는 선단(船團)이나 항공대에 대한 공격”이 침략의 한 유형으로 적시되고 있다(제3조 d). 이번 일은 무력공격에 의한 침략이라고 할 것이다.

어뢰 공격이라면 무력 침략

무력공격에 의한 침략에는 어떤 대응방법이 있을 것인가? 우선 자위권의 발동을 생각할 수 있다. 무력공격이 끝났는데 자위권을 발동한다면 이것은 국제법상 금지된 ‘무력복구(武力復仇)’가 아닌가 하는 점이 있지만 또 일어날 수 있는 무력공격을 차단하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정당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확전을 우려한 우방국들의 만류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소해 제재를 가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1946년 5월 15일 코르푸 해협의 알바니아 영해 내를 항행하던 영국 군함 2척이 포격을 받았다. 영해일지라도 국제항행용 해협에서는 군함에 무해통항권(無害通航權)이 인정된다면서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반격을 가하겠다고 통고한 후 같은 해 10월 22일 영국 군함 4척이 이곳에 진입했다. 이번에는 포격은 없었으나 기뢰에 부딪쳐 군함 2척이 대파하고 많은 사상자가 났다. 영국은 사건을 안전보장이사회에 부탁하고 동 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사건이 국제사법재판소에 회부된 일이 있다. 어떤 방법을 택할 것인가는 피해국의 정책적 선택에 달려 있는 문제이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중요성을 가진 것은 증거의 확보이다. 증거가 없거나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도리어 반격을 당해 국제사회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88년 12월 21일 런던 히드로 국제공항을 이륙, 뉴욕으로 가던 미국 민항기 팬암 103편이 스코틀랜드의 로커비 마을 상공에서 폭발해, 타고 있던 승조원 및 259명의 승객 전원과 떨어진 항공기 잔해에 맞은 마을 주민 11명이 사망한 대참사가 일어났다.

3년에 걸친 영·미 양국 정보기관의 끈질긴 수사 끝에 리비아 기관원 두 명의 소행임이 드러났다. 수사는 지상에 떨어진 잔해 하나하나를 주워 모으는 치밀성을 보였는데 잔해에는 폭발물을 쌌던 것으로 보이는 티셔츠가 있었다. 라벨을 통해 셔츠의 판매점이 제네바 뒷골목 가게임을 알아내 가게주인에게 용의자 사진을 제시, 구매자와 동일 인물임을 확인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용의자는 사건 직후 리비아로 달아났다. 그 후 프랑스가 영·미에 가세해 구도는 3대 1로 되었으나 좀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다가 만델라의 중개에 의해 용의자는 재판에 회부되고 이것이 계기가 돼 리비아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게 되었다.

결정적 증거 확보가 중요

국제적 사건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해서는 결정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 심증만으로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보인 자세는 격화소양(隔靴搔?)의 감이 있긴 하나 택해야 할 올바른 길이었다고 본다. 지금은 민관 모두가 합심해 확고한 증거확보에 매진해야 할 때이다. 이것은 특히 정치권에 요청되는 것이라고 본다.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 국제해양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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