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이웃 아버지로 일어선 탤런트 이광기씨(동영상 포함)
[미션라이프] 함께 울었다. 슬퍼서라기보다 고난을 딛고 다시 일어서 사랑을 전할 수 있다는 것에 흘린 감사의 눈물이었다. 지난 1일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에서 만난 탤런트 이광기씨. 지난해 11월 일곱 살 난 아들 석규를 신종플루로 먼저 떠나보낸 뒤 그는 참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고통의 긴 터널 끝에는 오히려 희망이라는 두 글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석규가 축복의 아들 같아요.” 그는 아이를 통해 신앙을 갖게 됐고, 비로소 해야 할 일들을 찾았다며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이씨는 2004년 석규가 경기도 일산 벧엘교회에서 유아세례 받는 것을 계기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다. “사실 그 전부터 아내가 교회에서 은혜 받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저를 위해 기도하면서 교회에 나가자고 하면, ‘알았어. 언젠가는 다닐게’라고 말했어요. 드라마 ‘태조 왕건’ 촬영할 때도 아내는 저를 위해 늘 기도해줬고, ‘기도가 보약’이라며 격려해줬지요.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새 마음이 움직였고 교회에 가게 됐지요.”
하지만 그의 믿음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아내가 유학을 떠나면서 그 역시 신앙생활을 게을리했다. “아내가 주일마다 전화로 물어봤어요. 제가 교회에 갔다왔다고 하면, 아내는 느낌으로 알고, 목사님 설교가 어떤 내용이었냐고 대뜸 묻더라고요. 그래서 후배에게 목사님 설교까지 물어봤다가 아내에게 얘기해주곤 했어요. 그렇게 거짓말까지 치면서 둘러댔지요.”
한달에 한번 그는 가족을 만나러 필리핀에 갔다. 그럴 때면 아내와 아이들이 출석하는 교회에 에어컨도 설치하고, 교회 건축비용도 지원했다. “헌신된 마음을 갖고 한 일이 아니었어요. 그저 제가 잘 나서 물질이 모였고, 내가 좀 여유가 있으니 어려운 사람들 돕는다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리스도 안에서의 나눔이 뭔지, 사랑을 실천하는 게 뭔지 몰랐다. 그러다 석규와 이별하면서 그는 비로소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깨닫게 됐다.
“석규 이름으로 보험금이 나왔는데 도저히 쓸 수 없었어요. 아이는 7년 동안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에게 큰 기쁨을 주고 갔는데, 그렇다면 아버지인 저도 아이를 위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좋은 일을 해보자고 결심했지요.”
*인터뷰 장소가 갑작스런 작업으로 시끄러워 소음이 큰 점 양해바랍니다.
보험금을 아이티 구호기금으로 월드비전에 전달했다. 또 지난 2월11~19일 아이티에서 구호활동도 전개했다. 사실 그가 아이티로 간다고 하자, 가족들이 만류했다. 그러나 이씨는 “기도를 하자. 그곳은 나 혼자 가는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함께 해주시는 여정”이라며 가족을 설득했다. ‘아이티에 무엇을 가져갈까’를 놓고 한참 고민했다는 이씨는 석규가 입었던 여름 옷들을 챙겼다. 트렁크에 실은 아들의 옷이 30㎏이나 됐다. 또 석규가 그린 그림을 바탕으로 티셔츠 200장을 주문·제작했고, 초콜릿도 샀다. 그가 준비한 선물 가방이 무려 60㎏이나 됐다. 그리고 이씨는 “석규야, 아빠랑 가서 친구들 도와주자”며 아이티로 향했다.
비행기를 타고 꼬박 이틀을 날아 아이티에 도착했다. 석규 만한 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초점 없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 아이들에게 위로의 말부터 건넸다. “아저씨도 얼마 전에 너희 만한 아들을 잃었어. 너희들이 희망을 놓지 말고 이 순간을 견디면 분명 하나님께서 더 좋은 길로 인도해주실 거야.” 그의 말에 금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아이들에게 준비해간 선물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불과 몇 분 새 석규의 옷들은 아이티의 많은 아이들에게 나눠졌고, 트렁크는 텅 비었다. 그 순간 ‘석규가 진짜 갔구나’라는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석규와 헤어진 지 꿈에서라도 한번 만나게 해달라고 그렇게 기도했건만, 이씨는 먼 아이티에서 그날 밤 석규를 꿈 속에서 만났다.
“말 없는 석규를 제가 꼭 끌어안았어요. 아이가 두 손으로 제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거예요. 잠에서 깨어보니 새벽 2시30분.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남들은 제가 힘들게 고생하고 왔다고 하지만, 오히려 저는 그곳에서 석규도 만나고 큰 은혜를 받고 왔습니다. 고통을 겪은 만큼 저는 저보다 더 아픈 이들의 처지를 이해하게 됐고, 스스로 성숙하게 됐습니다.”
부활절을 앞두고 그는 최근까지 특별 새벽기도회에 나가 열심히 기도했다. 무엇을 놓고 간구했을까.
“하나님 곁으로 더 가까이 가고 싶다는 게 첫 번째 기도제목입니다. 또 (최)진영이 어머니와 남겨진 가족들을 위해 기도드렸어요. 먼 나라 아이티도 품었는데, 바로 옆에 있던 진영이를 보듬지 못하고 먼저 떠나보내 마음이 아파요. 친한 방송인들과 한달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어머니를 찾아가 뵙기로 했어요. 빠른 시간 내에 어머니를 만나 함께 기도하려고요.”
그는 요즘 5월7~14일 월드비전·서울옥션과 함께 아아티 돕기 경매 행사도 진행한다. “아이티는 재건하는 데만 20년이 넘게 걸린대요. 지속적으로 영양분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앞으로 전 세계 어려운 아이들의 친구이자, 아버지로 살려고요.”
세상의 많은 자녀들을 선물로 받은 이씨. 2010년 그가 부활절을 맞이하면서 살아가는 이유이다.
파주=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최영경·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