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일주일] 천안함 어느 생존자 초등생 아들의 ‘충격’

Է:2010-04-0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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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사고후 무서운 것 3개가 새로 생겼어요”

“엘리베이터를 타면 혹시 갇히는 게 아닐까 무섭구요. 배를 보면 가라앉을까봐, 비행기를 보면 떨어질까봐 겁이 나요. 그날 이후 무서운 게 세 개나 생겼어요.”

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때 생존한 A씨의 아들 A군에게서 초등학생 같은 장난기나 활기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1일 오후. 경기도 평택 해군아파트에서 만난 A군은 형광등도 켜놓지 않은 채 어두컴컴한 집을 혼자 지키고 있었다.

“옛날에는 아빠의 군복 입은 모습이 멋져서 저도 커서 멋진 해군이 되고 싶었거든요. 배 타면 외국에 나갈 수 있잖아요…그런데 지금은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요. 배 타면 아빠처럼 사고를 당할 수 있잖아요.”

A군은 아빠가 다시는 배를 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만약 아빠가 배를 다시 타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그때는 아빠가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방해하지 말아야죠”라며 의젓하게 말했다.

A군은 지난 30일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빠를 면회했다. 사고 직후 해군 제2함대사령부 위병소에서 만난 아빠는 아들을 다시 보자 꼭 껴안고 볼에 입을 맞췄다. “○○아, 사랑해.” 아빠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아들을 안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아빠 왼쪽 손에 붕대가 감겼어요. (사고 당시) 침실 문을 박차고 나가는 과정에서 손이 찢어졌는지, 기울어지는 배 안에서 넘어지지 않으려고 철봉 같은 걸 잡다가 다쳤는지는 모르겠대요.”

사고 당시 침실에서 자고 있던 A씨는 ‘꽝’ 소리를 듣고, 맨발로 문밖으로 뛰쳐나왔다고 한다.

“요즘은 아빠한테 매일 두세 번씩 전화해요. 뭐하시는지, 식사하셨는지, 아프진 않은지 묻고 나면 아빠가 피곤할까봐 얼른 끊어요. 옛날에는 한번도 전화 안했거든요.”

“아빠는 사고 후에 배가 무섭대요. 배 안에 있을 동료들이 걱정된다는 말씀도 자주 하시고요.”

A군은 사고 직후 생존자 명단이 공개된 지난달 27일까지 하루 동안 아빠의 생사 여부를 몰라 애를 태웠다. 사고 다음날 텔레비전 뉴스에서 생존자 명단에 있는 아빠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엄마가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고 A군은 전했다.

사고난 지 6일이 지났지만 A군은 아직도 학교 수업에 집중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담임교사가 “친구들끼리 ‘너네 아버지 실종됐냐, 구출됐냐’고 물으면 서로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당부했지만, 아이들은 쉬는 시간마다 침몰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친구들도 뉴스를 매일 보잖아요. 북한에서 어뢰를 쏘아서 배가 부서졌대요. 방송에서 봤어요.”

A군과 대화를 나누던 중 누나에게서 전화가 왔다. A군이 “기자라는 누나랑 이야기하고 있다”고 하자 전화기 너머에서 “말하지 마!”라는 소리가 전해졌다. A군은 기자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며 누나에게 말했다. “왜? 다 말해야 돼. 다 말할 거야.” A군과의 대화는 이렇게, 아쉽게 끝이 났다.

평택=박유리 기자 nopimul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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