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thly 미션-땅] 땅에서 진리를 캐는 포항 푸른마을교회 성도들

Է:2010-03-3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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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thly 미션-땅] 땅에서 진리를 캐는 포항 푸른마을교회 성도들

예배 끝나면 목회자도 성도들도 목장갑을 끼고 호미를 든다. 교회 앞 텃밭을 일구며 교제하는 시간이기 때문. 마당에서 고기 구워 밭에서 뜯은 상추로 쌈을 싸 먹는 맛은 일품이다. 추수감사절에는 함께 메뚜기 잡이에 나서고, 추석에는 송편을 빚고 겨울에는 화톳불에 군밤을 구워 나눠 먹는다. 그뿐인가. 초여름 볕 좋은 날엔 손님을 초대해 국수 한 그릇씩 대접하고 마당에서 작은 음악회를 연다. 경북 포항 푸른마을교회의 일상은 이름처럼 푸르다. 땅을 밟고 땅을 일구며 땅에서 생명을 찾는 기쁨이 있어 사철 푸르다.

푸른마을교회는 포항 성곡리 농촌마을 한켠에 위치해 있지만 농촌교회가 아니다. 1997년 개척 당시에는 포항 시내인 학산동에 세워졌다. 장로회신학대학원 동기생인 이상은(50) 김이화(43) 목사 부부는 1년간 포항 시내를 이 잡듯 뒤진 끝에 겨우 상가 2층에 교회를 열 수 있었다. 무료 기타교실을 운영하고 학교 앞에서 전도하고, 지역 주민도 도와 봤지만 6년이 지나도록 예배 참석자는 십수 명, 그마저도 학생이 태반이었다. 수요예배는 목회자 가정만 달랑 드리는 날이 많았다.

교회 건축이 살 길이라는 생각에 전세금 4500만원에 맞는 땅을 알아보러 다녔다. 부동산마다 “그 돈으로는…” 하며 고개를 저었고, 경매에도 도전했지만 원하던 땅을 200만원이 부족해 놓쳤다. 마음이 아파 한동안 그 땅 방향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렇게 3년이나 땅을 찾아 헤맸다.

그래도 그 과정에서 목사 부부에게는 목회의 비전이 구체화되고 있었다. 성도들에게 위로와 쉼, 치유를 주는 교회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생태 목회, 생명 농업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성도들도 이런 비전에 공감해가고 있었다.

2003년 우연히 지금의 교회 터를 발견했다. 사방이 억새밭, 가파른 산 옆의 외진 땅이었지만 꿈꿔 오던 교회를 그 위에 그려보니 맞춤했다. 건축 전까지는 교회 바로 옆에 카페로 쓰이던 통나무집을 쓰기로 하고 개조해 예배를 드렸다. 첫 예배 후,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열었던 잔치에 대해 목사와 성도들은 “참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교회 앞 약 2000㎡(600평) 땅을 무료로 빌려 성도들이 텃밭을 일구기 시작했다. 대부분 농사 경험이 없어 가족당 열 평 남짓 밭을 일구는 데 일년 내내 끙끙대야 했다. ‘도시인을 위한 텃밭 가꾸기’라는 책을 돌려 보기도 했다. 한 여성 집사는 잡초를 뽑는다며 이른 봄 씨 뿌려 막 올라오던 파를 죄다 뽑아버렸다. 이제 막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는 수세미 줄기를 뽑아버린 이도 있었다.

그래도 농법은 유기농만 고집했다. 화학비료와 제초제를 쓰지 않는 것은 물론 비닐 지붕도 세우지 않았다. 마을 사람들은 “밭 꼴이 이게 뭐꼬?” 하지만 성도들은 “우리 밭 작물에 맛들이면 아무 것도 못 사먹는다”고 자부했다.

뭣보다 땅과 친해지면서 교회가 밝아졌다. 성도는 60여명으로 늘었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했다. 풀 뜯어다 소꿉놀이 하고 개미굴 관찰하고 마당에 금 그어 피구하고, 게임만 좋아하는 줄 알았던 아이들은 금세 자연의 놀이를 배웠다.

교회는 도시 어린이들을 위해 방학마다 자연학교와 생명교실을 열고 어른들을 위한 공예교실도 운영한다. 특이한 것은 모든 강좌를 성도들이 직접 진행한다는 것이다. 자연적 삶에 관심을 갖다 보니 자연히 한지, 짚, 염색 전문가들이 생겨났고 이 목사는 목공 전문가가 됐다. 아예 경영하던 학원을 접고 귀농한 성도도 있다. 2005년 경희대 이은석 교수가 자연친화적으로 건축한 교회당과 목사관이 완공됐다. 예배실에는 천장 채광창으로 자연의 빛이 들어오고, 건물 사이에 빈 공간을 두어 바람이 숭숭 통한다.

이 목사는 “어떤 교회 시설과 프로그램보다 땅이 주는 교제의 기회가 더 훌륭하고, 어떤 교육보다 자연이 주는 치유와 깨달음이 더 크다”면서 “하나님의 일을 사람이 따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우리가 원한 것보다 몇 십, 몇 백 배 좋은 것을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좋은 것을 알아보고 누릴 줄 아는 성도들에게 고맙다”면서 웃었다. 부부가 텃밭 두둑에 핀 겨울초(유채)를 뜯어 입에 넣기에 따라 해 봤다. 씹자마자 입 안 가득 푸른 향기가 퍼졌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그렇지만 언제나 거기 존재했던 푸르름이었다.

포항=글·사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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