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적막감 도는 실종 장병 가족 표정

Է:2010-03-31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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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천안함 침몰 사고] 적막감 도는 실종 장병 가족 표정

“희망이 점차 절망으로 바뀌는게 너무 큰 고통…”

“실종자 수색을 하다 순직하신 분을 위해 묵념합시다.”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 머물고 있는 실종자 가족 300여명은 30일 오후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천안함의 실종자 구조작업에 투입됐다가 순직한 해군 특수전여단(UDT) 소속 잠수사 한주호(53) 준위에게 조의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쯤 실종자 가족대표단 선정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1분 동안 한 준위를 위해 묵념했다.

가족들은 묵념을 통해 자신의 몸을 던져 실종자를 구하려다 숨진 고인의 숭고한 정신을 기렸다. 박석원 중사의 작은 아버지 정규씨는 “다들 한 준위 순직 소식에 마음이 어수선하고 힘들어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영빈 하사의 아버지 대규씨는 “아들과 같은 해군이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며 “우리도 많이 힘들고 지쳐 있지만 그분이 그렇게 되셨다는 소식에 더 슬프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내내 제2함대사령부 예비군훈련 강당은 실종자의 생존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의 안타까운 한숨소리가 가득했다. 실종자 가족들은 힘없이 의자에 걸터앉아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고 있었다.

막내아들이 실종자 명단에 있다는 한 60대 남성은 허탈한 표정으로 “지금 상황에서 얘기해봐야 달라지는 게 뭐가 있나”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남성의 얼굴에선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의 품에 안겨 있던 손녀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 손을 흔들며 ‘까르르’ 웃었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본 아이의 엄마는 “딸이 이렇게 밝게 웃는 것을 보니 힘이 난다”고 애써 말했다.

일부 가족은 강당 맞은편에 마련된 실종자 가족 숙소 앞뜰에 설치된 파란색 천막 아래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한 50대 남성은 “구조 상황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아 답답해 미칠 지경”이라며 “희망이 점차 절망으로 바뀌어 가는 게 가장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박모(33)씨는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좋은 일도 생기는 것 아니겠느냐”며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사령부 내 해군2회관 기자실에 찾아온 실종자 가족대표 3명은 “가족들은 아직까지 구조작업 결과에 대해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가족 중 절반 이상은 낙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가족은 언론 보도에 강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종자 가족은 강당 건너편에 위치한 숙소 문을 걸어 잠근 채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한 50대 여성은 사진기자가 카메라로 사진을 찍자 욕설을 퍼부으며 “사진을 왜 찍나. 내가 당신 모델인가”라며 화를 냈다. 가족들은 “이제 군, 경찰뿐만 아니라 언론도 못 믿겠다. 기자들과 절대 얘기하지 않겠다”며 입을 굳게 닫았다.

한편 전날 밤부터 실종자 가족들과 시간을 같이 보낸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가족들은 실종자의 최대 생존가능시간으로 알려진 69시간이 지난 29일 오후 9시부터 실종자가 생존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접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가족들은 (실종자의) 생존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여전히 가지면서 사고 원인과 실상이 소상히 밝혀지길 원하고 있다”며 “정부는 투명한 진상규명을 통해 실종자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풀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평택=조국현 김수현 노석조 기자 jo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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