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이혜경] 천사엄마, 천사누나

Է:2010-03-3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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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이혜경] 천사엄마, 천사누나

상담소를 운영하면서 가족복지론을 강의하던 은사님은 여담으로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 집에 들어갔는데, 아이가 그때까지도 숙제를 안 하고 있어 좀 야단쳤더니 이런 말을 하더란다. “왜 사람들은 엄마를 천사라고 하고, 천사 같은 엄마를 둬서 좋겠다고 말하는지 모르겠어요. 나한테는 만날 혼만 내는 나쁜 엄만데!” 그러고는 자기 방으로 들어가 방문을 쾅 닫더란다.

밖에 나가서는 천사 같은 얼굴로 사람들의 힘든 마음을 어루만져 주면서도 정작 집에 와서 내 아이에게는 그게 잘 안 된다며, 항상 바쁘다고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게 늘 마음에 걸린다고 하셨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은 밖에서 일하다가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아이한테 화를 낼 때도 있었다며, 사회복지사들은 사람을 상대하기 때문에 특히나 이러한 ‘감정노동’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당부하셨다.

감정노동이란 직업상 원래 감정을 숨긴 채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해야 하는 일이다. 1983년 미국 UC버클리대학의 사회학과 교수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그와 같은 일을 ‘감정노동(emotional labor)’이라고 처음 명명하면서 쓰이기 시작한 용어이다. 항공사 승무원, 상품 판매원, 콜 센터 직원 등이 대표적인데, 이들은 배우가 연기를 하듯이 싫은 감정을 표현할 수 없도록 교육 받기 때문에 그들의 미소 뒤에는 병든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병든 감정을 돌봐주지 않으면 자기비하, 우울증, 냉소주의,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같은 정신적인 상처를 받기 쉽다고 한다.

나의 은사를 포함한 많은 사회복지사들 또한 ‘감정노동’의 주인공이다. 나도 고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 친구들과 패스트푸드점에서 판매직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단순 서빙이 아닌 서비스 전문요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세련된 유니폼을 갖춰 입은 채 손님들을 빈 자리로 안내하고, 가족단위 손님들을 위해 그들의 아이들과 놀아주기도 하며, 그들의 요구에 귀 기울이는 일이었다. 때문에 항상 밝은 미소를 잃지 않고, 목소리의 톤까지도 ‘솔∼’ 음에 맞추어 밝은 톤을 유지해야 했다.

당시 함께 일하기 시작한 친구들은 자기네들보다 힘들지 않은 일을 한다며 나를 부러워했고, 난 일과가 끝났다고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이중인격자라도 되는 것으로 여겨 늘 밝은 모습을 유지했다. 그래서 ‘천사누나’라는 별명까지 붙었지만 감정노동의 고통은 생각보다 컸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감정노동을 제공받으면서도 그 가치를 무시하거나 비하하기 일쑤다. 서로가 다른 사람에게 감정노동을 제공해야 할 때가 많은데, 이때 병든 감정만 주고받는다면 사회는 탁한 공기로 가득할 것이다. 서로의 감정노동을 이해하고 존중해서 그게 다시 나에게 좋은 감정으로 되돌아오는 선순환을 이루면 얼마나 좋을까.

이혜경 한국아동복지협회 기획홍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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