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義士와 將軍

Է:2010-03-29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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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순국선열이라 하더라도 어떤 이는 의사(義士), 어떤 이는 열사(烈士)로 불린다. 학계에선 통상적으로 목숨을 걸고 무력으로 거사를 결행했으면 의사, 비폭력 수단으로 저항하다 목숨을 잃은 애국지사를 열사로 구분한다. 이 기준에 따라 오래 전부터 안중근 이봉창 윤봉길은 의사, 이준 유관순은 열사로 이미지가 굳어졌다. 의사와 열사는 법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용어다. 국가보훈처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로 구분할 뿐이다.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을 계기로 그의 ‘의사’ 호칭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육군은 안 의사가 군인 신분으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만큼 ‘장군’으로 불러야 한다며 논란에 불을 댕겼다. 안 의사가 뤼순(旅順) 법정에서 “나는 대한의군 참모중장으로서 적장을 쐈다. 육전(陸戰) 포로에 관한 만국공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진술한 만큼 군인이 분명하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계룡대 육군본부 지휘부 회의실을 ‘안중근 장군실’로 명명하고 공식 문서에도 장군으로 표기키로 했다. 사형 집행을 앞두고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나라를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은 군인의 본분)’ ‘임적선진 위장의무(臨敵先鎭 爲將義務·적을 만나면 먼저 나아가 무찌르는 것이 장수의 의무)’라는 글을 남긴 걸 보면 연해주 의병부대 우영장, 특파독립대장, 아령(俄領)지구 사령관을 지낸 안 의사는 군인으로 역사에 기억되길 바랐던 듯하다.

안 의사를 장군으로 부르자는 주장은 2008년 안중근하얼빈학회를 중심으로 제기됐다. 안중근평화재단 청년아카데미와 한민족평화통일연대 같은 민간 단체는 안 의사를 대한의군 참모대장으로 특진시켜야 한다며 국회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안중근 의사’에 익숙해진 대다수 사람들은 ‘안중근 장군’이 어색하기만 하다. 정부 공식 입장도 아직까지는 의사다. 지난 2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행사 공식 명칭은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추념식’이었고, 정운찬 총리도 추념사에서 안중근을 장군이 아닌 의사로 호칭했다.

안 의사를 군인 정신의 표상으로 삼으려는 육군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바 아니나 성급한 감이 없지 않다. 정 장군으로 부르고 싶다면 공청회 등 국민적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절차를 먼저 거치는 것이 순서다.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데 어느 날 갑자기 “우리는 장군으로 부르겠다”고 하면 의사가 장군이 되는가.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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