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조용래] 도요타 사태 다시보기

Է:2010-03-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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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조용래] 도요타 사태 다시보기

“일본의 흔들림까지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거늘 强點은 더 말해 무엇 하랴”

얼마 전 국방대에서 ‘일본 경제’를 주제로 강연할 기회가 있었다. 40∼50대 관료, 군 고급 간부들의 수강 열기가 퍽 인상적이었다.

미리 배포한 강연노트에 문제 제기로서 ‘일본 경제 주저앉나?’를 내세운 때문이었을까. 어떻든 일본항공(JAL) 파산, 도요타 대량 리콜 사태, 글로벌 기업들의 일본 시장 철수 러시, 국가부채 대국 등 최근 일본 소식은 한결같이 어둡다.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빠른 회복세를 보여 온 한국과 달리 일본은 회복 속도가 한참 더디다. 지난해 한국은 0.2%의 플러스 성장률을 보였지만 일본의 성장률은 -5.3%로 G20 중 러시아 멕시코에 이어 뒤에서 세 번째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본이지만 그들의 경제력, 기술력은 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지금 일본 경제가 흔들리는 듯 보인다니 수강자들 역시 슬그머니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그러나 결론은 정반대로 몰아갔다. 우선 만성적인 대일 무역역조와 그 이면에 있는 한·일 기술격차 문제를 거론했다. 지난 3년 동안 역조 규모는 연평균 300억 달러다. 원인은 한국 부품·소재산업의 취약성이다. 역조 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부품·소재 부문 대일 역조 규모는 201억 달러였다. 지식경제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가운데 순수 기술격차에 따른 수입 품목은 67개, 123억 달러어치나 됐다. 이처럼 일본의 제조기술은 여전히 강세다.

1000조엔에 이르는 국가부채 이면도 따져봤다. 2010년 일반회계 예산 92조엔 가운데 44조엔이 국채 발행으로 충당된다. 다만 국채 발행엔 아직 문제가 없다. 1600조엔에 이르는 개인금융자산은 국채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신규국채의 4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해야 하지만 일본은 95%를 국내에서 처리한다.

분명 기형적인 구조이기에 재정개혁이 시급하다. 일본 미즈호 증권은 재정개혁이 추진되지 않고 지난해 국채 발행액 53조5000억엔 수준이 매년 이어진다고 하면 국채발행 능력은 고작 10년 정도라고 경고했다. 재정개혁의 절실함이 강조되는 이유다.

도요타 사태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말부터 자주 수리를 포함해 1000만대 이상의 대량 리콜이 벌어지고 있고 피해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배상 소송이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도요타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간 도요타의 실패는 여러 차원에서 제기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제품의 결함보다 소비자들에 대한 안이한 대응이다. 세계 1등 기업으로서의 자만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소비자들의 계속된 불만 제기에도 불구하고 결함 가능성을 숨기면서 적당히 무마하면서 사태를 수습하려 했던 태도가 문제였다.

급속한 판매 증가로 도요타가 강점으로 내세워온 품질관리에도 차질이 빚어졌을 것이다. 판매대수는 1979년 300만대를 돌파한 뒤 2000년까지는 연 10만대씩 늘었으나 2000∼2008년엔 연 50만대씩 증가했다. 품질관리 능력구축 속도를 능가할 정도로 지나치게 빨리 성장했던 게 결과적으로 리콜 사태를 빚어낸 셈이다.

국내 언론들은 도요타의 추락이 곧바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높일 것이라며 부산을 떨었지만 사태는 진정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 CNN머니의 보도에 따르면 연초 들어 3위로 추락했던 도요타차의 북미시장 점유율은 최근 리콜 사태 이전인 15∼16%를 기록, 2위로 올라섰다. 도요타의 파격적인 할인 판매 덕분이기에 소비자 신뢰가 완전히 회복된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도요타의 제조기술에 대한 투자시장의 전반적인 평가는 여전히 높다는 사실이다. 도쿄 주식시장에서 도요타차 주가는 1월 15일 4200엔에 이른 뒤 급락세를 보여 2750엔까지 떨어졌다가 3월 들어 꾸준히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29일엔 3730엔에 마감했다.

일본 경제가 노화되면서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섣불리 폄하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겐 여전히 강점이 적지 않다. 일본의 흔들림까지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거늘 강점은 더 말해 무엇 하랴.

조용래 논설위원 choy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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