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규환 (14) 대한사회복지회장 시절 도서문제로 노조와 갈등
대한사회복지회는 1954년 1월 보건사회부 아동과가 설립한 한국아동양호회(Child Placement Service)가 모태다. 정부 차원에서 고아와 혼혈아동의 입양을 목적으로 세워진 기관인 것이다. 홍옥순 여사가 보건사회부 장관의 위촉을 받아 초대 회장에 취임했고 전국 고아원 700여개 시설, 수십만명의 전쟁고아들을 해외로 입양시키기 시작했다.
내가 관선이사로 일했던 1980년대 초반 당시 대한사회복지회 직원들은 서울 본부, 한서병원, 의정부 임시보호소, 부산복지관 및 일시보호소, 광주영아원, 나주영아원 등을 포함해 모두 300여명에 달했다. 나는 은평천사원에서 반나절, 대한사회복지회에서 반나절을 근무하면서 틈틈이 전국 시설을 돌며 직원들을 격려하고 다독였다. 또 외국 기관장을 초청, 예산 등을 설명하고 입양비 증액을 부탁하기도 했다. 대부분 흔쾌히 승낙해 준 덕분에 대한사회복지회는 4대 입양기관 중 처음으로 1인당 1000달러의 예산 인상을 끌어낼 수 있었다.
이후 나는 회장으로 또 다시 근무하게 됐고 89∼91년 부산사회복지관 위탁, 강남구립도서관 위탁, 광주탁아소 신축, 임시재활원 건축비 확보 등의 성과도 냈다. 내가 관선이사로 가기 전에 있던 노조와의 문제도 원만히 해결돼 임기 후반에는 대체적으로 일이 순조로웠다.
그 무렵 작가 정도상씨가 ‘샘이 깊은 물’에 발표했던 단편소설 ‘아메리칸 드림’을 각색해 김수영 감독이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이 작품 내용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바람에 논란이 빚어졌다. 미국 가정에 입양된 한국 아동의 이야기였는데, 이 아이의 심장이 평소 심장이 약했던 주인집 아이에게 제공됐고 아이의 시체는 쓰레기통에 버려진다는 내용이었다.
입양 기관들은 일제히 주한 미국 대사관과 정부에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영화 제작을 막아야 한다”는 탄원서를 냈다. 이런 내용이 영화화된다면 그때까지 아이를 해외로 입양한 친부모들의 심경이 어떻겠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또한 이후의 해외 입양이 지극히 비도덕적 행위인 것처럼 오인될 위험도 컸다. 결국 미 대사관 영사가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영화 제작은 중단됐다.
그런데 대한사회복지회 노조가 그 책을 구입해 읽으라는 내용의 공고를 냈다. 나는 노조 위원장을 불러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회장님, 미국 놈들은 얼마든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일 뿐인 것을 실상과 혼동해서야 되겠는가. 더구나 입양 기관에 몸담고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런 생각을 갖는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온당치 못한 처사라고 생각했다. 나는 노조 위원장의 대답을 듣고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이보게, 왜 우리가 미국으로 아이들을 입양 보내는 일을 하고 있을까. 자네 말대로라면 지금 당장 이 일도 중단해야 되지 않겠나. 안 그런가?”
노조 위원장이 내 야단을 들은 뒤 나와 노조 사이에는 갈등이 생겨났다. 점차 의견 대립이 심해졌다. 노조가 본격적으로 나를 반대하기 시작하자 나는 회장 자리를 내주고 퇴임했다. 이후 퇴직금 문제로 마찰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받은 퇴직금 전부를 서울 상도동에 있는 한 고아원에 기부해 장마로 무너진 담장을 보수토록 했다.
정리=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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