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성철] 官 주도 중앙자원봉사센터 건립 지양돼야
6년 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로부터 ‘자원봉사 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위원으로 위촉받을 당시 필자의 머릿속엔 자원봉사 활동을 하다 다쳤음에도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는 자원봉사 상해자들의 안타까운 모습이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치료비를 다소나마 국가가 보상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가슴 따뜻한 설렘이 밀려왔다.
그러나 막상 법안 기초가 시작되자 그에 대한 논의는 뒷전으로 밀렸다. 대신 단체와 자원봉사센터들이 각각 법에 설치 규정을 두어 정부 지원을 받고자 하는 의욕들만 무성했다. 법안 작업에 참여한 각 부처 간에도 이해관계가 많았다. 어찌 됐든 한국 자원봉사계는 2005년 6월 드디어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자원봉사활동기본법의 제정, 시행은 처음부터 정치적 타협의 소산이었다. 단체들은 그들의 연합체로 한국자원봉사협의회(한봉협)를, 센터들은 각각 지역의 자원봉사센터들을 법에 규정해 정부지원을 받고자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국민들의 자원봉사 활동을 지원하는 전국적인 인프라는 머리와 몸통이 따로 노는 형국이 됐다. 중앙엔 한봉협이, 광역 및 기초지자체엔 센터가 법정조직이 된 것이다. 당시 민간 자원봉사계는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알았지만 10년을 기다린 자원봉사법 제정 문제가 우선했기에 짐짓 모른 체했다.
법 제정 후 다행히 한봉협과 센터들 간의 협조 관계는 그런대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태생적 한계로 인해 강력한 단일 전달체계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던 중 행안부는 지난 12일 정부 조달 사이트를 통해 중앙자원봉사센터 설치·운영을 위한 민간위탁 공고를 냈다. 법정 대표단체인 한봉협과는 사전 협의가 일체 없이 중앙에 비슷한 기능을 할 중앙자원봉사센터를 설립·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 같은 정부의 접근은 최근 한국의 자원봉사계를 깊은 논란의 늪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 센터들은 행안부의 지원을 받아 자신들만의 전국조직을 가지려 하고 단체들은 동 중앙센터의 기능은 이미 법에 한봉협 기능으로 다 규정되어 있는 만큼 한봉협이 당연히 그 기구를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가 둘이 되어 결국 더 치열한 싸움만 낳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왜 행안부는 한봉협과 사전협의 한마디 없이 중앙센터를 추진하려고 할까? 그동안의 행보를 보면 행안부는 140여개 민간단체들의 연합체인 한봉협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 때문인지 법 시행 4년 동안 협의회에 대해선 법정조직으로 규정만 해놓았을 뿐 예산은 일년에 1억원도 못되게 인색하게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국 248개의 지역 센터들에겐 각 지자체의 지원 외에도 직원 충원, 봉사자 보험 등 재정지원을 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간섭을 하고 있다.
민간 주도의 자율성이 요구될 때마다 관은 항상 민의 성숙도를 운운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민의 성숙도가 관보다 우위에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 선진국들의 자원봉사 지원체계가 우리에게 아직은 요원한 것일까. 중앙조직을 둘로 만들어 한봉협과 센터들 간에 분열과 갈등을 정부가 부추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성철 남서울대학교 교무처장·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전문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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