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오종석] 가까워지는 중국과 북한
지난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평양을 방문했다. 지난 2월 초 왕자루이(王家瑞)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평양과 베이징을 교차 방문했다. 이어 하순에는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부장이 중국을 찾았다.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가운데 곧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중국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고위급 인사들의 상호 방문으로 중국과 북한이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 먼저 양국 간 경제협력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북한은 중국에 나진항을 10년 추가 개방하고,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오는 7월부터는 석탄 수송 등 중국이 나진항을 본격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 총리 방북 때 합의했던 신 압록강대교 건설 준비는 오는 10월 착공을 앞두고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은 4년 만에 북한 단체관광 금지조치를 전면 해제한 데 이어 북한관광 전용열차를 운영키로 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중국의 대북 무상지원 등 경제적 지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이기도 한 만큼 이후 경협의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이런 흐름은 북핵 6자회담 재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장국인 중국이 경제지원 등을 전제조건으로 적극 나서고, 핵심 당사국인 북한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최근 북·중 관계는 이전의 단순 혈맹관계에서 벗어나 정치·경제적으로 필수불가결한 관계가 돼가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당장 화폐개혁 실패 등으로 맞닥뜨린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다. 대외 개방을 위한 단계적 정책추진에서도 중국이 필요하다. 중국은 우선 북한의 대외개방시 선점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또 북한과의 경협을 통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동북지방의 발전을 추구하려는 의도도 있다. 동해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안에 나선(나진과 선봉)시를 완전 개방키로 하는 등 압록강과 두만강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대외개방 정책에 나설 태세다. 최근 외자유치를 위해 출범시킨 국가개발은행도 이와 맞물려 있다. 그리고 핵심파트너로 중국의 손을 꽉 잡고 있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지나치게 커진다는 것이다. 지금도 북한의 대외교역 7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북·중 간 경협이 가속화할수록 북한의 중국 의존도는 더욱 커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베이징의 한 북한 전문가는 “앞으로 중국은 북한의 숨통을 움켜쥐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중국의 속국처럼 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남북관계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운영이 위협을 받는가 하면 금강산·개성 관광은 1년 이상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금강산·개성 관광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전체적인 경협 규모도 과거 정권에 비해 50% 정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는 출범부터 사실상 북한 길들이기에 나섰다. 일방적인 ‘퍼주기’로 규정한 햇볕정책에서는 한발 물러섰다. 경협이든 대화든 북한의 기존 입장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 이상 끌려가지 않겠다는 자세다. 북한이 경제난 등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까지 몰리면 결국 항복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는 듯하다. 북한은 급박하지만 손을 내밀면서도 결코 자존심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오늘의 남북관계는 이런 결과물인 셈이다. 남북이 모두 관심을 갖고 있는 남북정상회담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사이 중국은 북한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많은 부분을 선점하고 있다. 자칫 중국에게 모든 걸 빼앗길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창조적 실용주의’를 남북관계에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금이 대북 관계에 있어 진정한 창조적 실용주의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베이징=오종석 jsoh@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