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여우를 단칼에’ 새겨진 ‘히젠토’… 명성황후 시해 칼 환수운동 벌인다
명성황후 시해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진 칼 ‘히젠토(肥前刀)’를 한국으로 환수하려는 운동이 시작된다.
25일 종교계 등에 따르면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인 26일 법조계와 종교계 인사들이 주축이 된 ‘히젠토 환수위원회’가 출범한다. 환수위 위원장은 최봉태 변호사와 혜문 스님이, 기획위원은 이종우 문화재제자리찾기 실행위원, 이용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강보향 불교여성개발원 이사가 맡았다.
칼의 존재는 2006년 문화재 환수운동을 하면서 자료를 조사하기 위해 일본에 갔던 혜문 스님이 확인했다. 그는 직접 일본 후쿠오카(福岡) 구시다(櫛田) 신사에 찾아가 칼과 칼집, 봉납 기록을 발견했다.
칼은 1895년 명성황후 시해 사건 당시 난입했던 낭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도 가쓰아키가 사용했고, 그가 1908년 구시다 신사에 기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6세기에 만들어졌으며 전체 길이는 120㎝, 칼날 길이는 90㎝에 달한다.
나무로 만들어진 칼집에는 ‘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一瞬電光刺老狐)’라는 글이 새겨져 있다. 구시다 신사에는 ‘황후를 이 칼로 베었다’고 적힌 문서도 보관돼 있다.
환수위는 히젠토가 1895년 을미사변으로 발생한 양국 간의 비극적 업보를 상징하는 만큼 파기되거나 한국 측으로 인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환수위는 26일 조계종 중앙신도회 전법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구시다 신사에 환수요청서를 보낼 계획이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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