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김성기] MBC 무용담
“서로 물고 물리는 사퇴와 물갈이 요구로 격전을 치르는 형국에 자폭설까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우룡 이사장이 ‘쪼인트’ 발언 파장으로 물러난 뒤에도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다.
김 전 이사장은 월간지 신동아에 실린 인터뷰에서 김재철 MBC 사장의 인사에 대해 배경을 설명하면서 ‘큰집’ 운운하며 외부개입을 시사해 정권의 방송장악 논란에 불을 붙였다. “큰집도 (김 사장을) 불러다가 ‘쪼인트’도 까고 해서 (만들어진 인사다). 김재철은 (내가) 청소부 역할을 해라 (하니까) 청소부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인용됐다.
대학교수 출신인 김 전 이사장이 ‘쪼인트’나 ‘좌빨’ ‘개망신’ 등 거친 용어를 써가며 방점을 찍은 대목에서는 헛웃음부터 나왔다. 그가 무슨 이유로 이런 발언을 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무용담에 열을 올리다가 스스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함몰한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본인 해명은 “신동아 기자에게 한 말이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고 부풀려진 내용도 있다”는 수준이어서 오히려 궁금증을 더한다.
자기 과시욕은 어려운 일에 도전하게 용기를 주거나 성취를 자극하는 순기능도 하지만 지나칠 경우 폐해가 적지 않다. 자기 과시가 너무 심하면 허장성세로 흘러 남을 속이고 자신도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의도를 강조하기 위해 자극적인 언어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자칫 패가망신을 불러오기 쉬운 자기 과시욕을 철저히 경계하지 않으면 어른 대접 받거나 공인으로 활동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경력과 언행으로 보아 이런 이치를 모를 리 없는 분이 앞뒤를 가리지 못하고 말을 쏟아낸 것을 보면 무언가 다른 사정이 있지 않나 의구심이 든다. 항간에는 김 전 이사장이 신동아 기자를 ‘우리 편’으로 착각하고 할 말 안할 말을 다했는데 역시 기자는 기자더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돈다. 알량한 권력에 도취해 분별력을 잃었거나 일부러 윗선을 의식하고 공치사를 한다는 게 너무 흥분했다는 분석도 있다.
방송문화진흥회가 선택한 김 사장이 MBC 노조로 접근해 등을 돌린 것에 분통이 터진 나머지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으로 폭탄 발언을 했다는 자폭설도 그럴 듯하게 들린다.
발언 파문 이후 김 사장과 MBC 관계자들 반응이 눈길을 끈다. 김 사장은 신동아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며 김 전 이사장과 신동아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했다. 지역사 사장단을 포함한 사내 인사를 단행하면서 권력기관 누구와도 전혀 협의한 적이 없는데 허위 사실을 유포해 ‘공영방송 MBC’의 위상을 여지없이 추락시켰다는 주장이다. 노조의 출근저지로 한때 ‘천막 사무실’에서 일을 했던 김 사장으로서는 이미 사퇴한 김 전 이사장과의 관계를 확실히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꼈겠지만 모양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노조는 김 사장을 ‘정권의 청소부’로 지목해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김 사장이 해임한 지역 MBC 전직 사장들도 김 사장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방송문화진흥회와 MBC 경영진, 노조가 서로 물고 물려 사퇴와 물갈이를 요구하는 격전을 치르는 형국이다. 그 와중에 또 다른 무용담을 남기려는 투쟁과 성명만 난무하고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려는 의지는 실종된 지 오래다.
MBC는 시청자들로부터 ‘노영(勞營)방송’이라는 빈축을 살 정도로 노조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안팎에서 개혁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제기되는 이유다. 노조가 주요 임원 인사까지 개입해 회사를 흔들고 경영진은 눈치를 보며 보신에 급급해서는 공영방송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시청자 국민을 의식하기보다 사내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경영진과 방송을 누가 신뢰할 것인가.
MBC 구성원들은 스스로 위상을 돌아보아야 한다. 용도 폐기된 이념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MBC가 살아남아 국민을 위해 기여하는 길이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MBC는 지금 터지지 않은 더 큰 폭탄을 끌어안고 있다.
김성기 카피리더 kimsong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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