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가나 모래먼지… ‘숨막힌’ 한반도
승용차 유리창을 쓸어내린 손바닥은 미색 티끌로 부스럭거렸다. 21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청량리동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 늘어선 승용차들은 여성용 색조 화장가루를 뒤집어쓴 듯했다.
차체를 촘촘히 뒤덮은 먼지는 곳곳이 눈꽃 모양으로 얼룩져 있었다. 유리창이 분진에 묻혀 차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손가락으로 훑은 자리만 투명해졌다. 때때로 부는 바람에 노란 먼지가 안개처럼 일었다.
20일 전국에는 올 들어 가장 짙은 황사가 몰아쳤다. 황사가 훑고 간 도심은 뿌옇게 변했다. 주말답지 않게 한산한 거리에는 누런 모래바람만 날렸다. 외출한 시민은 어김없이 먼지를 뒤집어썼다.
“전날 학교를 마치고 목욕탕에 갔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20분 동안 다시 더러워졌어요. 손으로 얼굴을 닦았더니 노란 먼지가 묻어나오더라고요.” 황사가 거의 사라진 21일 서울 효창동에서 만난 초등학교 6학년생 김준민(13)군은 “어머니가 오늘도 밖에서 놀지 말라고 해서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거리 곳곳에서는 모자와 마스크, 선글라스를 쓴 시민이 쉽게 눈에 띄었다. 경동시장에서 파, 양파, 고사리를 사서 돌아가는 한경희(62·여)씨는 머리에 검은색 비닐봉지를 얹은 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한씨는 “코가 약한데 황사가 하도 심하다고 해서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 쓰니까 한결 낫다”고 했다. 학교 운동장과 아파트 놀이터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놀이기구에는 손자국 하나 찍혀 있지 않았다. 산책이나 운동을 즐기는 사람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주말마다 축구장이나 테니스장에 나오던 사람들이 대부분 실내에 머물렀다.
세차장을 찾는 차는 늘었다. 서울 홍릉동 한 주유소에는 차량 7대가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유소 사장 조규용(41)씨는 “원래 오후 1∼3시쯤이 가장 한가한 시간이라 많아야 2∼3대 오는데 오늘은 황사 탓에 예외”라며 “오늘은 벌써 100대 이상 온 것 같다”고 했다. 종업원 조영석(48)씨도 “걸레질하는 일손이 부족한 건 처음”이라며 “황사가 지독하긴 한 모양”이라고 말했다.
황사가 대부분 걷히면서 화창한 날씨를 보인 21일. 도심과 달리 지방 유명 산과 스키장에는 수많은 행락객이 몰려 휴일을 만끽했다. 국립공원 설악산에는 이날 3000여명의 행락객이 찾아와 모처럼 맑은 날씨 속에 설악동과 비선대에 이르는 탐방로를 거닐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또 평창 오대산과 원주 치악산에도 각각 2000여명과 700명의 등산객이 찾아와 산행하며 봄기운을 만끽했다.
황사 진원지 중국도 황사로 몸살을 앓았다. 반관영 통신사 중국신문사는 20일 베이징, 톈진, 허베이 지역을 비롯해 북중부 13개 지역에서 2009년 1월 이래 최악의 황사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 한인 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박보람(29·여)씨는 “밖을 걸어 다니면 도로에 발자국이 찍힐 정도로 황사가 심했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형광색 필름을 통해 보듯 샛노랬다”고 전했다.
강창욱 김수현 유성열 기자
청주=이종구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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