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배병우] 폴 볼커와 이성태

Է:2010-03-2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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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경제 전문 저술가 찰스 모리스는 지난해 ‘현자들(The Sages)’이란 책에서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찍 예견한 3명의 ‘현인(賢人)’을 분석했다. 그들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폴 볼커다.

앞의 두 사람이 투자가인 데 비해 볼커는 카터와 레이건 행정부 시절 8년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지낸 시장감독자다. 그는 당시 유가 급등과 극단적 케인스주의자들이 추진한 재정확장 정책으로 연 10%를 넘던 ‘악성 인플레이션의 등뼈를 부러뜨린’ 이로 평가된다. 모리스는 볼커가 인플레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결과 미국이 2차 세계대전 직후와 같은 세계 주도 국가로 복귀했고, 1980년대와 90년대 세계 경제의 안정적 성장이 가능했다고 높이 평가한다.

이들 3인을 현인답게 한 것은 교조(dogma)와 거리를 두는 냉정함 내지 균형감각이다. 이들은 경험과 상식의 중요성을 잊지 않았기에 학문적 틀과 특정 이념에 함몰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들은 시장을 존중했지만 시장이 자주 틀린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는 점에서 현명했다. 모리스는 이러한 현명함의 바탕이 된 개인적 자질로 원칙에 대한 헌신, 일관성, 성실함 등을 꼽고 있다. 특히 볼커의 경우 공직에 대한 강한 사명감과 청렴이 더해진다.

볼커는 81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회복자문위원장으로 공직에 복귀했다. 지난 1월엔 투자은행의 위험자산 투자를 제한하는 ‘볼커 룰’로 불리는 은행산업과 금융감독 체제 혁신안을 주창, 미국 금융 개혁의 설계사로 전면에 등장했다. 볼커를 볼 때 생각나는 이가 이달 말 퇴임하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다. 두 사람이 통화정책 기조에서 성장보다는 인플레 퇴치를 우선하는 ‘매파’라는 공통점만을 염두에 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원칙이 있는 일관성, 중앙은행장으로서의 투철한 사명감, 청렴함 등 모리스가 볼커에게서 발견한 현자의 덕성을 이 총재도 상당 부분 공유하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취약한 우리 현실에서 원칙을 지키며 시장과 소통하기 위한 고민까지 더해져 그가 제시하는 우리 경제의 진단과 해법에는 무시할 수 없는 깊이와 무게감이 느껴진다. 42년의 한은 생활을 접는 이 총재가 한국경제의 잠재 불안요인으로 지목한 가계부채 증가, 자본 자유화에 따른 변동성 확대, 초저금리 장기화 등을 가벼이 봐서는 안 될 것 같다.

배병우 차장 bwb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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