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스포츠를 돈으로 말아먹은 ‘명문대학’
신성해야 할 대학 스포츠계마저 심판 매수와 승부조작에 오염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그제 상습적으로 심판을 매수해온 전 고려대 축구부 감독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지난해 9월 연·고전 기간 중 축구심판들이 묵은 모텔로 찾아가 다음날 축구경기에서 고려대가 이길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두 심판은 실제 경기에서 고려대 선수들에게 유리한 편파 판정을 일삼았고 고려대는 2대 1로 승리했다. 김씨는 한 달 뒤 두 심판에게 각각 1000만원과 500만원씩 건넸다고 한다.
이 뿐 아니었다. 김씨는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전국대학축구선수권대회와 전국대학리그 등을 치르며 심판 10명과 경기위원에게 17차례에 걸쳐 20만∼1000만원씩 모두 2300여만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 축구부는 이 덕분인지 해당 기간 중 벌어진 대회 가운데 3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부끄러운 우승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스포츠계에 검은 돈을 통한 승부조작 행위가 잦다는 소문은 있었지만 이처럼 대학 스포츠계마저 오염된 사실을 접하니 착잡하다. 더욱이 이번에 연루된 학교가 세칭 명문대라는 점, 또 정규 대회도 아닌 대학 간 친선경기에서도 어떻게 해서든 이기기 위해 심판을 매수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고 실망스럽다.
아마추어 정신을 상징하는 대학 스포츠계까지 승부에 눈이 멀어 돈에 휘둘린다면 우리 체육계의 앞날은 암담하다. 김씨는 “감독생활을 계속하고 싶어 심판을 매수했다”고 하지만 학교 측의 책임이 없을 수 없다. 고려대는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감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유사사건 재발을 방지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스포츠의 본령은 승리 자체에 있지 않다. 승리보다는 과정의 깨끗함, 즉 페어플레이 정신이 더 소중하다. 이런 정신이 금품에 의해 무너지면 스포츠는 설 땅이 없게 된다. 차제에 승리지상주의에 깊이 물들어 부정 행위에 둔감해진 국내 스포츠계 전반을 자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학원 스포츠계의 부정과 비리는 교육 비리 차원에서 샅샅이 파헤쳐 엄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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