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천·북한산·도봉산 등 광견병 주범 너구리 비상

서울 양재천과 북한산 도봉산 등지에 야생 너구리 비상이 걸렸다. 너구리는 광견병의 주된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는 수풀이 우거진 양재천과 세곡천 일대에 광견병 백신을 넣은 미끼 예방약 1250개를 살포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지난해 연말에는 서울시가 북한산과 도봉산 등지에 광견병 예방 미끼 2만5000여개를 뿌렸다. 고기나 어묵을 으깨 만든 미끼 예방약은 이를 먹은 너구리 체내에 광견병 바이러스 항체를 만들어내게 된다.

광견병의 정식 명칭은 공수병. 흔히 광견병이라 불려 개가 주된 감염 매개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국내 발병사례 18건 가운데 개의 감염은 1건에 불과했다.

소가 12건이었고 너구리가 5건이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양동근 연구원은 “소와 너구리가 사료를 두고 싸우다 너구리가 소를 물어 감염된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결국 너구리가 광견병 확산의 주범인 셈이다.

광견병에 걸린 개나 너구리에 물리면 사람도 인간공수병을 앓게 된다. 1999년 경기도 파주에서 광견병에 걸린 개에 물린 농부가 인간공수병으로 숨졌으며 2001년 강원도 화천에서도 너구리 공격을 받은 농민이 이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

광견병에 걸린 개나 너구리가 발견된 곳은 경기·강원 산지가 대부분이나 2006년 9월 서울 은평구 주택가에서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너구리 사체가 발견됨으로써 도심도 안심하지 못하게 됐다.

도심 속 하천 숲이나 산지에 서식하는 너구리 때문에 골치를 앓는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뉴욕시는 최근 시내 한복판의 센트럴파크에 서식하는 야생 너구리 주의보를 내렸다. 뉴욕시 보건당국이 올해 1∼2월 센트럴파크에서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너구리 40마리를 발견했으며 관광객과 센트럴파크 인근 빌딩가에 근무하는 뉴욕시민에게 너구리에 가까이 가지 말 것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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