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서울 재개발 현장 일제점검… 어두컴컴한 ‘폐가’ 보기만 해도 오싹
“한 집에 네 명씩 들어가서 수색하자.” “여기 지하방은 물이 차서 볼 것도 없습니다.”
16일 오후 370가구 주민 대부분이 떠나 적막하던 서울 동작동 58 정금마을 재개발현장이 갑자기 북적대기 시작했다. 도로를 메운 것은 경찰이었다.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사건 뒤 재개발현장을 범죄 우범지역으로 판단한 경찰의 특별 방범활동이었다.
서울시내 31개 경찰서는 이날 일제히 관할 재개발현장을 특별 단속했다. 정금마을에는 동작경찰서에서 의무경찰과 직원 131명을 동원했다. 경찰은 서너 명씩 조를 이뤄 빈집 안에 들어가 일일이 방문을 열어보고 가출청소년과 노숙인이 무단으로 머문 흔적이 있는지 조사했다.
대문과 현관이 부서진 채 뼈대만 남은 정금마을의 빈집들은 하나같이 쓰레기로 가득했다. 깨진 유리, 건축자재, 버려진 소파와 책상, 침대가 출입문 앞에 쌓여 들어가기도 어려웠다. 건물 계단에는 난간도 없었고 화장실은 오물이 쌓여 악취가 가득했다. 수색을 지휘한 남성지구대장 김양선 경감은 “김길태 사건 이후 재개발현장에 대한 주민의 불안을 없애기 위해 빈집을 순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주기적으로 재개발현장을 수색할 계획이다. 재개발현장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경찰의 방범 활동을 반기면서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동안 순찰을 돌지 않다가 불미스러운 일이 난 뒤에야 나섰다는 야속함 때문이다. 동작동에 사는 김수만(48)씨는 “해가 지면 무서워 돌아다니지도 못하는 곳인데 순찰차는 지난달에 딱 한 번 봤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대대적인 수색이 벌어진 서울 정릉2동 정릉10구역 재개발현장의 주민들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정릉10구역 재개발현장이 언덕배기에 있어 언덕 위 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은 산 아래 재래시장으로 내려갈 때 불안했다고 입을 모았다. 정릉2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육순(65·여)씨는 “세탁소 밖으로 경찰차가 지나가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고 말했다. 주민 이정용(37·여)씨도 “경찰이 순찰을 한다는데 위험한 곳에서는 보질 못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일회성으로 수색하고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경찰대 교수는 “지역 주민에게 행동요령을 가르치는 등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범죄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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