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함께 가는 ‘금빛’ 설원… 동계 패럴림픽 출전 시각장애 임학수-가이드 러너 박윤배

Է:2010-03-16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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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미완성이다. 단기간에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 걸작은 짧은 시간에 만들기 어렵다.

16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 패럴림픽 파크에서 열린 2010 밴쿠버 동계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크로스컨트리스키 남자 20㎞(시각장애) 경기에 출전한 임학수(22)는 9위를 했다. 주 종목인 크로스컨트리스키 시각장애 10㎞ 클래식(19일)과 1㎞ 추적(22일)은 아직 남아있다.

2007년 2월, 박기호(46) 장애인 노르딕스키 감독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괜찮은 재목이 있으니 키워보라는 내용이었다. 처음엔 근력이 턱없이 부족해 실망했지만 심폐기능이 탁월했고 성장 속도가 빨랐다. 가능성을 높게 본 박 감독은 그 친구를 올림픽 메달의 영광을 안겨다줄 주연으로 점찍었다. 임학수였다.

훌륭한 작품을 만들려면 뛰어난 조연도 필요했다. 지난해 늦은 봄, 박 감독은 과거 바이애슬론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 제자였던 박윤배(31)를 불렀다. 당시 현직 바이애슬론 국가대표였던 그에게 선수를 그만두고 시각장애 선수의 앞에서 코스를 안내하는 가이드 러너를 맡아달라는 얘기를 하면서 박 감독은 속이 짓물렀다.

그러나 박윤배는 “좋은 영화를 만들려면 조연이 중요하지 않냐”며 “주인공이 아닌 것은 상관없다”고 했다. 설상(雪上) 종목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목표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던진 것이다. 캐스팅이 완성되자 강도 높은 훈련이 시작됐다.

임학수는 한동안 박윤배를 “형”이라고 불렀다. 1주일에 6일을 만나 종일 같이 훈련하니 친형과 마찬가지였다. 임학수는 “가이드 러너가 있으면 페이스 조절도 편하고 코너 활강 등 기술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하더니 “나를 위해 희생하신 거니까, 너무 고마운데… 뭐라고 해야 할지…”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훈련이 힘들 때도 나를 위해 희생한 분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생각을 고쳐먹는다”며 “우리 두 사람의 목표는 똑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학수는 박윤배를 더 이상 형이라 부르지 않고 “코치님”이라고 부른다.

임학수는 스키를 탄 지 3년에 불과하다. 박윤배 역시 가이드 러너가 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주연과 조연 모두 초보여서 서로 맞춰가고 있는 과정인 셈이다.

박 감독은 “학수는 성장하고 있는 선수인 만큼 오늘보다는 내일, 이번 대회보다는 다음 대회가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작품이 농익을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얘기다.

휘슬러=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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