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의 정치학… 50년대 “이승만 우상화” 건립 열풍, 4·19 이후 대부분 철거돼
1956년 8월 15일 서울 남산에서는 이승만 대통령 동상(사진) 제막식이 열렸다. 부지 9900㎡에, 좌대 890㎡, 동상의 높이만 약 24m에 달하는 거대한 조형물이었다. 동상 건립은 이 대통령 80회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개천절에 기공해 이 대통령이 81세가 되는 해 광복절에 제막식을 연 것이다. 제막식은 이 대통령의 만세삼창으로 끝났고 이날 밤에는 서울 하늘에서 축하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하지만 이 동상은 4년 뒤 철거라는 철퇴를 맞았다. 이 대통령이 4·19혁명으로 하야하자 60년 7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철거가 결정됐고, 다음달 곧바로 끌어내려졌다.
미술사학자이자 미술평론가 조은정(48)씨는 계간지 ‘내일을 여는 역사’ 2010년 봄호에서 각종 기념조형물 건립을 통해 이승만 대통령의 우상화를 시도했던 제1 공화국의 씁쓸한 역사를 조명한다.
‘우상화에 동원된 대통령 이승만의 기념조형물’이란 제목의 글에 따르면 남한 단독 임시정부 수립 후 이 대통령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전방위로 전개됐다. 49년 3월 26일 지금의 정부청사인 중앙청 광장에서 직원들이 오전 9시부터 기념식을 갖고 만세삼창을 불렀고, 집집마다 태극기를 내걸었다. 이 대통령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54년 9월 18일에는 교통부 광장에서 ‘철도 창설 55주년 기념 이승만 대통령 흉상 제막식’이 열렸고, 56년 3월 31일에는 서울 탑골공원에도 동상이 설치되는 등 이 대통령의 동상이 곳곳에 세워졌다.
59년 10월에는 이 대통령의 측면 얼굴을 도안으로 하고 후면에는 대통령 문장을 넣은 100환짜리 동전이 나오는 등 대통령을 소재로 한 화폐도 8종이 발행됐다. 서울 뚝섬의 ‘우남송덕관’, 서울시민회관으로 사용된 ‘우민회관’, 서울 남산의 정자 ‘우남정’ 등 이 대통령의 호 ‘우남(雩南)’이 이름에 들어가는 건물들도 속속 지어졌다. 55년 부산 용두산공원은 우남공원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59년 신축된 중앙대 도서관도 ‘우남도서관’으로 이름이 붙여지는 등 우상화는 전국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진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념조형물들은 4·19혁명과 뒤 이은 이 대통령이 실각으로 거의 대부분 철거되거나 명칭이 바뀌게 됐다.
조씨는 “(이승만 대통령은) 자신의 동상과 기념물을 세움으로써 절대적인 권력을 현실화하려 했다”며 “이렇게 해서 재임 중인 대통령의 동상과 각종 기념물이 들어섰지만 실각하자 기념물들은 그 장소로부터 유리될 수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라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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