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천사원 자원봉사 앤 매캐스클 “대대로 사랑한 한국 3개월 느껴보니 머물고 싶은 마음뿐”

Է:2010-03-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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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천사원 자원봉사 앤 매캐스클 “대대로 사랑한 한국 3개월 느껴보니 머물고 싶은 마음뿐”

15일 오후, 은평천사원의 간식 시간이다. 갈색 머리의 중년 백인 여성이 지체장애인들에게 과자와 물을 먹인다. 방에 있는 장애인들은 제각각이다. 밥상에 앉은 이들도 있고, 방바닥에 누워 있는 이들도 있다. 한 사람은 쪼그리고 앉아 영어책을 보고 있고, 일부는 TV에서 나오는 만화영화에 집중한다. 백인 여성은 이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과자를 입에 넣어 주고, 휴지로 입을 닦아 준다. “괜찮아요?” “물?” 서투른 한국말로 연신 말을 건넨다.

앤 매캐스클(42). 지난 12월 말부터 서울 구산동 은평천사원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미국인이다.

그의 집안은 오래 전부터 한국과 특별하다. 증조할아버지는 1892년 한국에 들어와 40여년간 선교에 힘쓴 윌리엄 아서 노블 목사다. 은평천사원을 공동 설립한 루스 노블 아펜젤러 선교사는 그에게 고모할머니가 되고, 그의 어머니 엘렌 매캐스클은 구한말 고종이 하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노블 태극기’ 2점을 보관하고 있다가 2008년 한국에 기증했다.

매캐스클은 그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랑한 한국을 더 알고 싶어서, 선조들이 그랬듯 한국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고 한다.

“저에게 한국은 남의 나라가 아닙니다. 평양에서 태어나 18세까지 배재학당 근처에서 사신 할아버지(엘머 레어 노블)는 미국에 돌아가서도 종종 한국말을 하셨죠. 저는 어렸을 적 한복을 입고 김치를 먹었습니다. 할아버지가 해 주시던 ‘도리도리’ ‘곤지곤지’ 놀이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지요.”

매캐스클은 은평천사원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다. 일과는 오전 6시30분 시작된다. 장애인 숙소를 찾아가 아침밥을 차리고, 밥 먹는 것을 돕는 게 첫 번째 하는 일이다. 생활재활 교사 김정희(59·여)씨는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외국인은 없었다”며 “서양인이라 밥을 따로 차려 주려고 해도 본인이 장애인들과 함께 먹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설거지, 방 청소 등 집안일부터 영어 교육까지 그날그날 주어지는 대로 일을 한다. 1주일에 한 번은 인근 장애인 가정을 방문해 목욕 봉사를 하고, 또 매주 두 번은 소속 재활병원 소아병동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거나 영어와 동요를 가르친다.

가장 힘든 일은 뭐냐는 질문에 그는 “나싱(Nothing)”이라고 답했다. 한국에 온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그런지 가끔 미국에 있는 딸이 보고 싶은 것을 빼곤, 모든 게 즐겁다는 설명이다. 그리고 미국에서도 비영리 재단에서 미술이나 과학을 가르치고 장애인 봉사를 했기 때문에 이 일이 익숙하다고 설명했다.

매캐스클은 몇 번이나 한국을 매우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치 삼겹살 닭갈비 등 한국 음식이 아주 맛있고, 은평천사원이나 거리에서 만나는 한국 사람도 모두 친절하다는 것. 특히 어린 아이들이나 여성들이 길거리를 마음 놓고 거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고 했다.

그는 하루 일이 끝나면 숙소에서 한국말 배우기에도 열심이다. 지금은 간단한 인사와 개구리, 물, 눈, 코 등 단어만 아는 수준이지만 몇 개월 뒤면 한국어를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을 평생 사랑한다고 하신 할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증조할아버지나 고모할머니도 저처럼 한국에서의 생활이 정말 행복했을 것 같아요.”

1년간 머물 예정으로 입국했지만 지금으로선 한국을 떠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그는 말했다. “막 대학에 입학해 영문학을 배우는 딸아이도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 해요. 한국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은평천사원에서 사람들을 더 도우며 오래도록 한국에 머물 수 있길 바랍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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